한국은행은 8일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1조원 규모의 국채를 직접
사들였다고 발표했다.

한은은 이날 장마감무렵 경쟁입찰을 통해 국채를 직매입했다.

이날 국채금리는 급락했다.

금리는 시장금리가 적용됐다.

중앙은행이 국채를 직접 매입하는 것은 IMF(국제통화기금) 체제에 들어선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금융계에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한은이 시장개입이라는 초강수를 두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국채를 담보로 받고 금융기관에 돈을 빌려
주는 RP(환매채) 거래를 주로 해왔다.

한은의 국채 직매입은 그러나 본원통화를 그대로 푸는 것이어서 통화량이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은 박철 부총재보는 "시장금리의 안정과 금융기관의 채권시장안정기금에
대한 추가출자를 지원하기 위해 경쟁입찰을 통해 국채를 단순 직매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조치는 시장에 대해 중앙은행의 금리안정에 대한 방침을
확고히 함으로써 금리상승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의 이같은 조치에 따라 전날 연 8.43%였던 국고채(3년짜리) 금리는
1%포인트가량 떨어지는 급락세를 보였다.

한은은 "10일이후 투신사에서 수익증권 환매사태가 급증할 것으로 경우
직매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와 투신업계는 오는 10일이후 대우채권이 편입된 펀드에서 대량
환매사태가 일어나더라도 40조원까지는 한국은행의 도움 없이 흡수할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10일이후 개인과 법인에 대해 대우채권
원리금의 80% 환매가 보장되지만 투신권이 비축해 놓은 돈이 10조원 채권
안정기금 확충분 10조원 등 동원가능한 재원이 20조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공사채형 수익증권의 주식형전환 예상액 10조원과 투기등급채권
펀드(그레이펀드)를 통해 흡수하는 환매자금 7조-10조원 정도까지 포함하면
40조원이 된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이용근 금감위 부원장은 이날 금융정책협의회 뒤 기자간담회에서
"금융구조조정에 쓰기 위해 정해 놓은 64조원의 한도만을 지키다가 충분한
구조조정을 못할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시장안정기금이 투신환매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기금한도를
30조원으로 10조원 증액키로 했다고 말했다.

금감위는 그러나 안정기금이 하이일드펀드에 대한 투자를 자제하고 최근
금리가 9%대로 뛴 BBB 등급이상 우량회사채 매입에 주력하도록 유도할 방침
이다.

< 이성태 기자 ste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