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근(42)이 망가진 모습을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구하기도 쉽지않을 분홍색 "추리닝"에 검정색 양말이 영 촌스럽다.

밀린 짬뽕값 받으러 온 중국집 배달원을 피해 그 큰 덩치를 아파트 담벼락에
숨긴다.

이삿날엔 "내가 아는 사람중에 무거운 이사짐 나르다 3일만에 죽은 사람이
있다"며 내뺀다.

동네 여인네가 모는 스쿠터에 살짝 닿아 놓고선 "전치 4주"라며 치료비를
뜯어낸다.

그뿐만 아니다.

돈많은 여자와 결혼하는 게 꿈이라면서 "21세기는 여성의 시대인 만큼
여성에게 얹혀 사는 게 당연하다"는 궤변을 천연덕스럽게 늘어놓는다.

유동근이 지난 6일 방영을 시작한 MBC 새 주말드라마 "남의 속도 모르고"
에서 중심인물인 "최소한"으로 등장했다.

남동생에게 얹혀사는 백수건달역이다.

서릿발같은 눈매로 불호령을 내리던 태종 이방원(용의 눈물)이나 동생을
위해 목숨을 내던지던 형(야망의 전설)에서 보여주었던 카리스마를 싹
털어냈다.

그동안의 선굵은 연기를 기억하는 시청자들로선 신선한 변신이다.

"이미지가 너무 중후한 쪽으로만 굳어졌었지요. 이번 역할을 계기로
무게잡는 이미지를 벗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사실 처음 시도하는 코믹 연기가 쉽지만은 않다.

너무 "오버"하는게 아니냐는 평가도 심심찮게 들린다.

"어깨에서 힘빼기가 생각보다 쉽지는 않더군요. 서민들의 진솔한 삶속에서
배어나는 자연스러운 웃음을 담아내야할텐데. 어색하지 않으면서도 웃음이
절로 터져나오는 그런 연기를 하고 싶습니다"

< 김혜수 기자 dearso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