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김성찬(45)씨의 사망을 계기로 연예인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이
다시 일고 있다.

KBS2TV "도전 지구탐험대" 촬영을 위해 지난 9월말 라오스에 머물렀던
김씨는 뇌성 말라리아에 감염된후 한달 가까이 사경을 헤매다가 지난 7일
결국 눈을 감고 말았다.

김씨는 예방 접종이나 보험 가입 등 사전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도전 지구탐험대"는 다수의 독립 프로덕션들이 제작하는 외주 프로그램.

KBS측은 "외주 계약상 연기자들에 대한 책임은 독립 제작사들에 있으므로
KBS의 법적 책임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독립 제작사들에 대한 감독이 철저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게다가 영세한 독립프로덕션들이 돌발 상황이 비일비재한 해외 체험프로그램
에 대한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다.

연예인들이 지구촌 오지의 문화를 체험하는 "도전 지구탐험대"는 프로그램
성격상 그동안 크고작은 사고들이 줄을 이어왔다.

지난해 4월과 11월에도 인도와 필리핀으로 떠났던 제작진과 출연자가
말라리아 증세를 보여 한바탕 소동을 일으켰다.

탤런트 엄수진은 지난 2월 스웨덴 전통마차를 몰다 턱을 다쳤다.

미스코리아 출신 탤런트 이은희는 96년 독일에서 낙마해 발목이 부러져
6개월동안 석고붕대 신세를 지기도 했다.

내전 지역도 도전 대상이다.

가수 진미령은 지난해 캄보디아 지뢰밭에서 땅에 묻힌 지뢰를 수색하는
작업에 동원돼 보는 이들의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다.

탤런트 이경아는 무장한 미얀마 반정부군에게 끌려가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방송 관계자들은 이번 기회에 안전을 무시한 무모한 체험프로그램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외주 프로그램 제작때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현재와 같은 제작 환경이라면 유사한 사고가 얼마든지 재발할수 있다.

김씨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 박해영 기자 bon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