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특구 '동대문사람들'] (3) 시장으로 간 톱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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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크럽 지하 1층에서 "애즈 순 애즈(as soon as)"라는 여성복 매장을
열어놓고 있는 홍순영(40) 사장.
그녀는 한때 패션계에서 히트메이커로 꽤 이름을 날렸던 디자이너다.
논노 신원 보끄레머천다이징 등 굴지의 패션기업에서 잘 나가는 디자인
실장이던 그녀가 동대문에 발을 들여놓게 된데는 IMF 경제위기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의류시장이 고꾸라지면서 자신이 준비했던 신규 브랜드의 영업이 빛도 보지
못하고 중단된 것이다.
처음에는 다른 회사로 옮겨 브랜드 하나를 만들어 보려고도 했으나 이 역시
쉽지 않았다.
그녀는 결국 톱 디자이너로 20년 가까이 쌓은 경력과 자존심을 접고 동대문
한 귀퉁이에 정착했다.
"잘 나가던 시절에는 재래시장에 대해 아는바가 전혀 없었지요. 더구나 내가
동대문에서 일하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모든걸 다잊고 한번 해보자는
각오 하나로 버텼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손으로 시장 옷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입견을 뒤짚어 놓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리고 포부를 현실로 이루어냈다.
그녀가 만든 옷은 "시장옷 같지 않은 고급패턴의 여성의류"로 연일 상한가를
달렸다.
그리고 1년 남짓한 기간에 인기 연예인들이 가장 즐겨찾는 동대문 옷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밀리오레나 디자이너크럽이 일궈낸 동대문 신화의 뒷켠에는 경제위기로
눈물을 삼켜야 했던 고급패션 전문인력들의 땀과 노력이 진하게 배어 있다.
유명브랜드 업체 출신의 고급인력들이 동대문 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는 입에서 입으로 "시장옷이 달라졌다"는 소문이 퍼졌다.
백화점 옷과 유명브랜드 의류 사이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동대문
옷들도 홍사장과 같은 프로를 만나면서 상품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밀리오레 3층에 있는 갸니마루의 하민호 사장도 일류 패션기업 출신으로
재래시장을 변화시킨 주인공중 하나다.
닉스, 스톰 등 인기 브랜드의 디자인과 구매업무를 담당하다가 작년 9월
동대문에 둥지를 튼 그는 직장생활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심끝에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가 만든 갸니마루 브랜드의 여성캐릭터 캐주얼은 그를 1년 만에 6개 매장
의 주인으로 변신시키는 성공신화를 낳았다.
하사장은 현재 제2, 제3의 브랜드를 준비중이며 전국을 상대로 한
프랜차이즈 사업도 벌일 계획이다.
두산타워 지하 1층에 있는 "샐러데이"의 사장 오영주씨.
역시 톰보이와 에스쁘리 등 내로라 하는 유명브랜드의 디자이너를 거쳤지만
지난 3월부터는 동대문에서 제 2의 인생을 시작했다.
오픈후 월평균 1천5백만원에서 2천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그는
조만간 도매상권을 겨냥한 제 2매장을 오픈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동대문에서 새 길을 찾은 디자이너들이 모두가 성공의 길을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디자이너는 "동대문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밀리오레 3층만 봐도 오픈할
당시 도매상 출신이 아닌 디자이너 경력의 매장주가 절반을 넘었지만 지금은
20% 정도만 남았다"고 말하고 있다.
거친 시장바닥에서의 성공확률이 외부에 알려진 것만큼 크진 않다는 얘기다.
점잖은 패션업체에서 곱게 자란 디자이너들 중에는 거친 시장 환경에 놀라
일찍부터 손을 드는 경우도 많다고 상인들은 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동대문을 찾는 디자이너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동대문에 처음 들어올 때는 깜깜한 암흑속을 헤매는 기분이었지만 이제는
하루하루가 고맙고 감사합니다"
미치코 런던에서 일하다 디자이너 크럽에서 "초원의 집"이란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황순미(36)씨의 말처럼 동대문은 오뚝이 디자이너들의 못다
이룬 꿈을 실현시켜 주는 재기의 터전이다.
그리고 악착같은 의지와 땀으로 시련을 이겨내는 이들에게는 샐러리맨
시절보다 더 큰 영광과 확실한 비전이 기다리고 있다.
< 설현정 기자 so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0일자 ).
열어놓고 있는 홍순영(40) 사장.
그녀는 한때 패션계에서 히트메이커로 꽤 이름을 날렸던 디자이너다.
논노 신원 보끄레머천다이징 등 굴지의 패션기업에서 잘 나가는 디자인
실장이던 그녀가 동대문에 발을 들여놓게 된데는 IMF 경제위기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의류시장이 고꾸라지면서 자신이 준비했던 신규 브랜드의 영업이 빛도 보지
못하고 중단된 것이다.
처음에는 다른 회사로 옮겨 브랜드 하나를 만들어 보려고도 했으나 이 역시
쉽지 않았다.
그녀는 결국 톱 디자이너로 20년 가까이 쌓은 경력과 자존심을 접고 동대문
한 귀퉁이에 정착했다.
"잘 나가던 시절에는 재래시장에 대해 아는바가 전혀 없었지요. 더구나 내가
동대문에서 일하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모든걸 다잊고 한번 해보자는
각오 하나로 버텼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손으로 시장 옷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입견을 뒤짚어 놓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리고 포부를 현실로 이루어냈다.
그녀가 만든 옷은 "시장옷 같지 않은 고급패턴의 여성의류"로 연일 상한가를
달렸다.
그리고 1년 남짓한 기간에 인기 연예인들이 가장 즐겨찾는 동대문 옷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밀리오레나 디자이너크럽이 일궈낸 동대문 신화의 뒷켠에는 경제위기로
눈물을 삼켜야 했던 고급패션 전문인력들의 땀과 노력이 진하게 배어 있다.
유명브랜드 업체 출신의 고급인력들이 동대문 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는 입에서 입으로 "시장옷이 달라졌다"는 소문이 퍼졌다.
백화점 옷과 유명브랜드 의류 사이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동대문
옷들도 홍사장과 같은 프로를 만나면서 상품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밀리오레 3층에 있는 갸니마루의 하민호 사장도 일류 패션기업 출신으로
재래시장을 변화시킨 주인공중 하나다.
닉스, 스톰 등 인기 브랜드의 디자인과 구매업무를 담당하다가 작년 9월
동대문에 둥지를 튼 그는 직장생활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심끝에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가 만든 갸니마루 브랜드의 여성캐릭터 캐주얼은 그를 1년 만에 6개 매장
의 주인으로 변신시키는 성공신화를 낳았다.
하사장은 현재 제2, 제3의 브랜드를 준비중이며 전국을 상대로 한
프랜차이즈 사업도 벌일 계획이다.
두산타워 지하 1층에 있는 "샐러데이"의 사장 오영주씨.
역시 톰보이와 에스쁘리 등 내로라 하는 유명브랜드의 디자이너를 거쳤지만
지난 3월부터는 동대문에서 제 2의 인생을 시작했다.
오픈후 월평균 1천5백만원에서 2천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그는
조만간 도매상권을 겨냥한 제 2매장을 오픈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동대문에서 새 길을 찾은 디자이너들이 모두가 성공의 길을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디자이너는 "동대문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밀리오레 3층만 봐도 오픈할
당시 도매상 출신이 아닌 디자이너 경력의 매장주가 절반을 넘었지만 지금은
20% 정도만 남았다"고 말하고 있다.
거친 시장바닥에서의 성공확률이 외부에 알려진 것만큼 크진 않다는 얘기다.
점잖은 패션업체에서 곱게 자란 디자이너들 중에는 거친 시장 환경에 놀라
일찍부터 손을 드는 경우도 많다고 상인들은 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동대문을 찾는 디자이너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동대문에 처음 들어올 때는 깜깜한 암흑속을 헤매는 기분이었지만 이제는
하루하루가 고맙고 감사합니다"
미치코 런던에서 일하다 디자이너 크럽에서 "초원의 집"이란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황순미(36)씨의 말처럼 동대문은 오뚝이 디자이너들의 못다
이룬 꿈을 실현시켜 주는 재기의 터전이다.
그리고 악착같은 의지와 땀으로 시련을 이겨내는 이들에게는 샐러리맨
시절보다 더 큰 영광과 확실한 비전이 기다리고 있다.
< 설현정 기자 so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