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량이 많아지고 사회가 점점 전문화, 체계화된다.

이 즈음 소비자가 갈구하는 것은 시간과 휴식이다.

직장 다니는 친구에게 전화하면 대부분 바쁘다고 한다.

세수 출퇴근 업무 식사 세탁 등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시간은 없앨 수가
없다.

다만 좀더 편하게 좀더 짧게 단축시킬 수 있을 뿐이다.

물론 여기에는 첨단 기술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

첨단 기술 이외에도 소비자에게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육아 식사준비 청소 개인금융업무 등을 대행해 주는 다양한 서비스가
그것이다.

흔히 한국사람들은 성격이 급해서 "빨리 빨리"라고 한다지만 패스트푸드나
차를 타고 지나가며 물건을 구입하는 매장이 서양에서 출발한 것을 보면
서양사람들이 시간의 중요성을 더 많이 생각하는 것같다.

또 어른에게만 해당되는 것도 아니다.

요즘 아이들은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즉석음식을 두고 "2분이나
걸린다고요. 인스턴트라고 하지 않았나요"라고 불평한다는 것이 이런 점을
대변해 준다.

학교->컴퓨터 학원->태권도 등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요즘 어린이들
이다.

아직도 일반세탁기는 빨래 한번 하는 데 50분 이상, 전기밥솥도 50분 이상
걸린다.

이용하고 싶은 시간에 은행의 문은 굳건히 닫혀 있다.

온라인 쇼핑의 강점은 많은 시간을 들여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며, 상점이
문을 닫아도 원하는 시간에 언제나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 물건이 내가 집에 없는 평일 낮에 배달된다면, 고객의
시간을 줄여 주는 배려는 미흡한 것이다.

여러가지 서비스와 제품을 통해 시간을 절약하고 나면 최대한 평화롭고
진정으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쉬고 싶은 것이 또 하나의 강렬한 욕구가
될 것이다.

바쁘게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문득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산업사회가 되면서 "더 많이, 더 크게"라는 목표를 향해 질주해 왔지만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은 한가롭게 가족과 지내는 것이 아닌가.

해변에서 멋진 풍경화를 한 폭 그리는 것은 아닌가.

이러한 욕구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소비자들은 교통이 혼잡한 것을
알면서도 교외로 나가고 바다를 찾는다.

나아가 시골로 집을 옮기거나 직장도 복잡한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으로
옮겨 버린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구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생각해 보자.

여러분은 가끔 바쁜 일상을 벗어 던지고 산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지 않은가.

아마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 주거나 그와 유사한 느낌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소비자는 가치를 인정할 것이다.

< cho3510@samsung.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