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섬유의 날" 기념행사가 정덕구 산업자원부 장관 등 5백여명의
관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11일 오후 5시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열린다.

섬유는 지난 70년대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으나 최근에는 동남아의
저가품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섬유의 날을 맞아 한국 섬유산업의 현주소와 발전반향을 짚어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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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산업의 영광을 되찾자"

한국 경제의 모태산업인 섬유업종의 부가가치를 높이자는 목소리가 높다.

수출 드라이브 정책의 선봉장이었던 70년대의 명성을 회복해 보자는 주장들
이다.

섬유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여전히 매력있는 업종이다.

석유 양모 등의 수입원자재를 이용해 제품을 만든 뒤 이중 3분의 2를
수출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따라서 부가가치를 높인 섬유제품은 수출 채산성을 높이는 첩경이기도 하다.

<> 섬유는 아직도 기간산업 =60년대에서 80년대를 주름잡던 국내 섬유산업
은 90년대 들어 외로운 수성전을 펴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의 저가품 공세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렇지만 섬유는 아직 우리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섬유는 총수출의 12.5%를 차지한다.

제조업 고용중 15.2%는 섬유 몫이다.

87년엔 단일품목중 처음으로 수출 1백억달러를 넘어섰다.

중요성은 최근에도 퇴색되지 않고 있다.

지난 9월말까지 94억달러 흑자를 기록해 전체 흑자의 54.9%를 차지했다.

"섬유업종이 없었다면"이란 가정은 생각하기 힘들 정도다.

바로 여기서 섬유산업 종사자들은 사양산업으로 불리길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

섬유산업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으로만 중요한게 아니다.

섬유는 전략산업이다.

인간사가 의식주의 연속인 한 섬유의 수요는 보장된다.

인구와 소득이 늘면서 새로운 수요마저 창출되고 있다.

최근들어선 산업용 섬유가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하는 추세다.

세계적으로 섬유 최종 소비량은 연평균 3.1%씩 늘어날 것이란 연구결과도
있다.

소비 규모는 지난 95년 4천1백40만t에서 오는 2005년에는 5천6백10만t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일본 이탈리아 등이 섬유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데는 그만한 배경이
있다.

성장성이 유망한 섬유 시장을 미리 차지하겠다는 포석이다.

<> 부가가치 높여야 한다 =IMF사태 이후 국내 섬유산업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워크아웃 법정관리 화의 등의 절차가 진행되는 곳 중에는 화섬 면직 의류
업종이 많다.

이들의 경영난에는 무리한 사업확장이나 설비투자가 자리잡고 있다.

밖으로 눈을 돌려도 복병들은 많다.

한국은 세계 5위의 섬유수출국이면서 동시에 세계 7위의 생산국이다.

그러나 대만 중국 동남아국가들의 추격이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80년대 후반부터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저가품 시장을 공략해 오고
있다.

게다가 국내 업체들은 세계 무대에서 내세울 만한 브랜드가 없다.

결국 품질은 선진국에 밀리고 가격은 개도국보다 뒤처진다.

언제까지 지금의 자리를 지킬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주변여건 탓에 섬유산업의 재도약에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그 키워드는 바로 "고부가가치화"다.

항공기에 쓰이는 고강도.고탄성섬유, 의료용섬유 등 고기능성 산업용 섬유
를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패션산업의 선진화도 시급한 과제다.

똑같은 재질로 만든 옷이라도 유명브랜드가 붙으면 가격은 천문학적인
차이가 난다.

패션과 디자인 인재 육성에도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패션은 흐름을 타는 사업이다.

유행을 제품에 빨리 반영할수록 경쟁력도 커진다.

신속반응생산(QR)이나 기획제안형 생산 등은 하루빨리 정착돼야만 한다.

생산공정을 바꿔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섬유산업의 인프라를 확충하는 일이다.

의류의 경우 국내에선 고급품을, 해외 현지공장에선 중저가품을 생산하는
이원화 체제도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지금 중국이나 동남아 시장은 침체기다.

미국 유럽 등은 면직물을 중심으로 고가제품 수요가 늘고 있다.

국내의 임금 수준은 대단히 높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선 저가품으로 승부를 낼 수 없다.

고가 제품이라야 먹힌다.

따라서 국내 섬유산업이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선 두가지 전제를 만족해야
한다.

인프라를 확충해 부가가치를 높이느냐, 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디자인과
패션을 창출해 내느냐이다.

이 전제들을 충족시킨다면 한국의 섬유산업은 결코 사양산업이 아니다.

< 박기호 기자 khpark@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