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오디오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일본 소니가 내놓은 세계적인 히트상품 "워크맨"의 탄생 배경이다.

워크맨은 디자인이 사람들의 생활 패턴까지 바꿀 수 있다는걸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기업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신상품을 개발해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줬다.

실제로 지난 79년 이 회사가 만든 "워크맨"은 소비자들의 생활양식 자체를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제품.

정해진 장소에서 전축 스피커를 통해서만 들을 수 있었던 "붙박이" 음악감상
문화에서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활동형" 문화로 바꾼 워크맨은 지금
까지 2억개 이상이 팔렸다.

이같은 성공은 소니가 일찍부터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핵심
경영전략으로 삼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원래 소니는 본사를 비롯해 오사카 시바우라 고우기 등 몇 군데 공장에
디자인 부서를 설치, 운영했다.

그러다 지난 78년 각 사업부에 소속돼 있던 디자인 부서를 합쳐 PP
(Product Planning.Product Presentation.Product Proposal) 센터를 세웠다.

이후 PP센터는 기술 종속적 제품 디자인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
하기 위한 제품을 기획하고 소니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창조하기 위해 노력
했다.

이와 함께 소니는 개발그룹을 신설해 디자인과 상관없는 업무를 맡은
사람들에게도 신제품 개발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려 애썼다.

디자이너들은 회사의 기술력 판매력 제조력을 충분히 인지하고 그 환경
안에서 디자인했다.

또 인사 광고 경리 홍보 영업 등 다른 부서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소니
전체의 힘을 모았다.

이러한 노력의 산물로 나온 것이 바로 워크맨이다.

워크맨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길거리를 활보하며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됐다.

결국 소니는 혁신적 디자인으로 "소형화"와 "언제 어디서나"라는 자신만의
브랜드 가치를 만들 수 있었다.

이후 일본 디자인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창조해 나가기 시작한 것은 물론
이다.

현재 소니엔 2백여명에 이르는 디자이너가 있다.

이들은 CEO(최고경영자)에게 직접 다가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서슴없이
말한다.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경직된 계급조직을 거쳐 나가면서 원래의 독창성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이제 소니는 혁신적인 시각 이미지뿐 아니라 촉감까지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는 디자인 전통을 만들어가고 있다.

< 이방실 기자 smil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