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식경영의 사표 도요타자동차 ]

미국 경영학계에서 도요타자동차처럼 그토록 오랫동안 많이 열성적으로
연구된 기업도 없을 것이다.

80년대는 그야말로 도요타자동차 연구가 미국 경영학계, 특히 생산관리
학계를 점령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 도요타자동차에 대한 경외심은 일본에 대한 경외심으로까지 번지기도
했다.

도요타가 과연 일본 기업의 전형인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깊이 생각지도
않고 도요타 경영은 곧 일본식 경영으로 간주됐다.

그리고는 일본이 숭배됐다.

일본식 경영의 우상화는 도요타의 특출난 생산성 때문이기도 했지만 80년대
암울했던 미국 경제현실 때문이기도 했다.

자기 처지가 불행하게 느껴질수록 남의 것이 더 좋아 보이는 사회심리가
작용했다.

미국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 시작한 80년대 말엽 일본식 경영에 대한 관심이
눈 녹듯 사라져 버린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죽은 줄 알았던 도요타에 대한 관심이 바로 지난달 하버드비즈니스
리뷰지에 되살아났다.

도요타 해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하버드대 교수 둘이 새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도요타의 건재함을 확인하게 된다.

도요타자동차는 포천 글로벌 10대 기업이다.

이는 도요타가 시기를 잘 타고나 몇 가지 히트상품으로 일거에 성공기업
반열에 오른 졸부기업이 아님을 뜻한다.

어느 것 하나, 노력 없이 거저 얻은 것이 없는 기업임을 의미한다.

최소한 포천 글로벌 50대 기업까지는 온갖 세파를 다 견뎌낸 귀족 기업들
뿐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여기엔 끼지 못한다.

도요타는 특히 그렇다.

"티끌 모아 태산"이란 격언이 현실에 가장 잘 구현된 기업이 바로 도요타일
것이다.

50여년에 걸쳐 아주 사소한 것도 빠짐없이 연구해 개선함으로써 현재의
영광스런 자리에 올랐다.

하버드대 교수들의 지적도 바로 이것이다.

도요타 근로자는 의자 하나를 장착하는 데도 조임 볼트의 순서를 철저히
지키며 조이는 힘도 정확히 조절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조금만 일탈해도 뭔가 잘못되게 해놓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초일류급 도요타의 생산효율을 어찌 간단한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도요타의 최대 성공 요인을 한가지만 들라면, 그것은 프레드릭
테일러의 타임-모션스터디를 글자 그대로 실행에 옮긴 것이 아닌가 한다.

인간 움직임을 10분의 1초 단위까지 정밀 측정해 최선의 작업요령을 추출
하고 그대로 했다.

미국에선 이것이 인간적 한계에 부딪혀 적정 재고량 축적이라든지 셀방식
등으로 타협점을 찾아갔지만 도요타는 일시적 생산성 저하와 협력업체에
대한 의존도 증대 등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완벽성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더 중대한 성공요인은 생산관리기법이 아니라 인사관리기법이
된다.

조립공정은 인간을 황폐화하는 만큼 비인격적 타임-모션스터디는 근로자의
조직적 반발을 초래한다.

그래서 일정 수준 도달 이후엔 무용지물이 되는 법이다.

그런데 도요타는 놀랍게도 이를 극복했다.

오히려 근로자들이 자발적으로 생산성을 높여 스스로 더 많은 일을 하도록
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이를 얼마간의 재물로 이끌어낸 것이 아니라
인간의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고파 하는 지적 욕구를 자극해 이뤘다는
점이다.

도요타는 이런 점에서 그 자신 가장 인간적 생산현장을 추구했던 프레드릭
테일러의 본 뜻을 일본국민성과 절묘하게 결합시켜 지구상에 구현해낸
미국식 경영의 꽃, 지식경영의 사표라고 할 수 있겠다.

< 전문위원 shindw@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