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공덕동 소재 효성빌딩 지하 대강당.

(주)효성 임직원 4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33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기념식은 언뜻 보기에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민의례 우수직원포상 등 의례적인 순으로 치러졌다.

그러나 임직원들은 색다른 감회를 느끼는 모습이었다.

IMF체제이후 1년간 쏟아 부은 땀의 결실을 확인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참석자들은 "새천년에 세계 우량회사로 도약할 수 있도록 힘을 합쳐
노력하자"는 회사측의 제안을 힘찬 박수로 맞이했다.

(주)효성은 지난해 11월 T&C 중공업 생활산업 물산 등 4개 계열사를 합병
했다.

외환위기에서 비롯된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계열사를 통폐합, 새롭게
출발했다.

합병 첫해에 9백67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러나 올해는 1천3백82억원의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매출은 1조5천7백58억원에서 3조5천5백79억원으로 두배 이상 뛰어 오를
전망이다.

불과 1년만에 경영실적을 확 바꾼 것이다.

추락에서 상승으로의 급선회 배경은 "선택과 집중"이다.

효성은 IMF사태이후 재무구조개선을 통한 기업체질 변화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바로 행동에 나섰다.

지난 97년 12월 회사 조직을 퍼포먼스 체제로 바꿔 책임경영 토대를 갖췄다.

사업단위에 따라 조직을 섬유 화학 중공업 무역 정보통신 등 5개의
퍼포먼스그룹(PG)을 재구성했다.

이들 조직 아래 30개의 퍼포먼스 유니트(PU)를 두고 PU장에 예산.인사에
대한 전권을 부여했다.

잘하는 PU장에겐 성과급을 지급하지만 그렇지 못한 PU장은 그에 상응한
책임을 지도록 했다.

효성은 효성바스프 지분을 지난해 바스프에 매각한 것을 신호탄으로 자산
매각에도 착수했다.

올들어선 엔플라 사업부와 자기사업부, 플라스틱 대리석인 스토넥스사업부도
팔았다.

지난해의 경우 주력 4개사를 자발적으로 합병해 재계의 눈길을 끌었다.

합병은 대규모 인원감축 효과를 가져왔다.

합병직후 1만1백22명이던 인원은 지난 9월말 현재 7천1백68명으로 줄었다.

효성은 올해 합병등 구조조정으로 얻는 이익을 7백89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상증자 자산매각 등을 통해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2백% 이하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효성은 구조조정과 함께 직원들의 의식변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프로정신을 바탕으로 한 성과극대화"를 모토로 각종 포상을 확대했다.

매달 실적이 우수한 직원들은 "이달의 효성인"상을 주고 있다.

당장 효과는 없더라도 변화와 개혁노력이 돋보이는 직원이나 팀, PU에
대해선 "체인지 리더상"을 수여하고 있다.

성과중심의 경영이 정착될 수 있도록 새로운 인사제도도 준비중이다.

현재 미국 인사전문 컨설팅업체인 왓슨 와이트로부터 인사기법을 자문받고
있다.

효성은 앞으로 "선택과 집중"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새로운 사업보다는 기존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의 대상 부문을 결정하는 잣대는 경쟁력이다.

기술수준, 시장점유율 등에서 국내 최고이고 국제시장에 내놓아도 자생할
수 있는 품목을 골라 역량을 쏟아 붇겠다는 전략이다.

스판덱스의 경우 월산 7백50t규모의 설비를 갖췄다.

내년에 이 정도의 설비를 추가로 세우기로 했다.

생활수준 향상으로 착용감이 좋은 스판덱스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효성은 t당 증설비가 외국업체에 비해 25%에 불과해 설비증설이 유리하다.

타이어코드지(나일론 폴리에스터 스틸)도 관심을 기울이는 품목이다.

품질과 가격면에서 시장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증가세에 힘입어 타이어코드지 수요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어서 사업성도 좋다.

페트병은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베이징 등에 현지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최근 페트병 시장에서 디자인과 용도에 따라 경쟁력이 생기는 만큼 관련
연구도 지속할 계획이다.

조정래 효성 사장은 "올해부터 합병과 구조조정의 효과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며 "직원들도 해보자는 의욕이 대단해 내년엔 4조원의 매출에
2천억원 가까운 순이익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박기호 기자 khpark@ked.co.kr >


[[ (주)효성 연혁 ]]

57년 2월 효성물산(주) 설립
66년 11월 동양나이론(주) 설립
68년 7월 울산공장 준공
70년 9월 한일나이론(현 안양공장)인수
71년 1월 민간기업 최초 기술연구소 설립
73년 5월 동양폴리에스터(주) 설립
74년 12월 언양공장 완공
75년 10월 한영공업(효성중공업 전신)인수
77년 9월 창원 중공업공장 준공
79년 3월 페트병 생산개시
80년 5월 구미 컴퓨터공장 준공
87년 12월 조석래 회장 금탑산업훈장 수훈
91년 4월 용연 PP 및 프로필렌공장 준공
92년 3월 스판덱스 생산개시
93년 7월 마포 공덕빌딩으로 본사 이전
97년 5월 TPA 상업생산 시작
97년 12월 퍼포먼스 시스템으로 경영조직 개편
98년 11월 효성 T&C.중공업.물산.생활산업을 (주)효성으로 통합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