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정책이 지나치게 방치되고 있다.

정부가 수출증대에만 무역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어 원산지규정 정비와
관세율 조정 등 기본적인 수입정책이 소홀히 다뤄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관련공무원들도 자주 교체돼 미국등 선진외국에 비해 전문성이 크게
떨어진다.

면수건은 원산지규정이 허술해 중국산이 북한산으로 수입되는 대표적인
사례.

우리나라의 원산지규정상 중국에서 면수건 직물을 제직했더라도 북한에서
절단과 단순마무리작업을 거치면 북한산으로 인정돼 수입할 때 무세혜택을
누린다.

그러나 미국 등 주요국의 경우 면수건은 제작된 나라를 원산지로 보고 있다.

올해초에는 무역업자들이 중국산 일회용 라이터를 북한에서 가스주입과
접착 등 단순작업을 한뒤 북한산으로 수입하기도 했다.

지난 97년 32.84%의 덤핑방지관세가 부과되자 북한을 거쳐 우회수입했던
것.

중국에서 수확한 참깨나 땅콩을 북한에서 단순가공한뒤 북한산 참깨와
땅콩으로 수입, 관세를 회피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들 제품에 대해서는 산업자원부가 뒤늦게 예외규정을 동원, 중국산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려 제동을 걸었지만 원산지규정이 허술해서 발생한 사례들이다.

원산지규정은 정부가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자가 제품에 원산지
표시를 하는 등의 경우에 적용되는 것으로 수입정책중 핵심분야.

어떤 기준으로 원산지를 판정하느냐가 수입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품의 여섯자리단위 세번이 바뀌는 제조공정이 일어난
나라를 원산지로 본다.

단순한 작업이 이뤄진 나라도 원산지로 인정해 주는 가장 초보적인 형태의
원산지규정으로 수출업자가 원산지를 쉽게 바꿀수 있는 단점이 있다.

이에따라 미국등 시장이 개방된 나라들도 품목별로 특성에 맞는 세밀한
원산지규정을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만들고 있는 통일된 원산지규정을
기다리고 있다가 통일안 마련에 5~6년 이상 걸린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라 최근에서야 독자적인 규정정비를 검토하고 있다.

또 완제품에 적용되는 관세율이 부품등 중간재에 비해 낮아 완제품
수입을 유발하는 역관세 문제에 대한 시정도 지연되고 있다.

최근 수입에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장비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

현재 반도체 테스트용 장비 등 반도체장비 완제품 수입에는 무세가 적용되고
있으나 부품에는 8%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장비중 50여개의 역관세 사례를 시정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으나 산업자원부의 검토가 지연돼 폴리실리콘 진공펌프 포토마스크 등
15개 부품에 대해서만 관세율이 인하될 예정이다.

수입정책이 경시됨에 따라 관련 공무원들도 자주 교체돼 업무에 애로를
겪고 있다.

산업자원부 수입과의 경우 현재 원산지규정을 다뤄본 경험이 있는 공무원이
없어 통일원산지규정 제정을 위한 WTO 협상에 애를 먹고 있다.

또 반덤핑조사 등을 담당하는 무역위원회의 경우도 상임위원은 물론
국.과장급 5명이 모두 지난 6월과 9월에 교체됐다.

이들 자리는 다른 자리로 옮겨가기 위한 임시보직으로 간주되고 있다.

무역위원회에 필수적인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채용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같이 소홀히 다뤄지고 있는 수입정책에 대해 산업연구원의 유관영
연구위원은 "수입을 인위적으로 조정할수는 없지만 기본적인 정책은 필요
하다"며 "과도한 수입경쟁에 따른 폐해를 억제하기 위해 업계에 수입카르텔
구성을 유도하는 방안 등은 검토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 김성택 기자 idnt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