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종은 사찰에서 사람을 모으거나 시간을 알리기 위해 치는 종이다.

여기에는 지옥의 중생을 구제한다는 신앙적인 의미도 담겨있다.

종소리를 듣고 법문을 외우는 사람은 삶과 죽음의 고통을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범종은 통일신라시대(8세기)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중국과 일본 종과는 다른 매우 독특한 형태와 장식을 지니고 있다.

종의 정상부는 한 마리의 용이 목을 구부리고 입을 벌려 마치 종을 물어
올리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옆에는 속이 비어있고 하부가 종의 몸체 내부와 관통하도록 구멍이 뚫린
음통이 있다.

이는 울림소리에 어떤 역할을 하도록 특별히 고안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한국종의 고유한 특색을 모두 갖추고 있는 대표적인 유물이
"상원사동종"(국보 제37호.강원도 상원사 소재)이다.

상원사는 신라 성덕대왕(705년)때 왕자 효명태자가 창건했다.

지금까지 존재하는 한국 종 가운데 가장 오래된 상원사동종은 성덕왕 24년
(725년)에 제작돼 조선 예종 원년(1469년)에 상원사로 옮겨졌다.

이 종은 특히 음향이 맑고 깨끗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상적인 비례, 안정감 있는 구조, 풍부한 질감, 사실적인 세부묘사가 특히
돋보인다.

종 몸체에 새겨진 비천상, 불룩한 몸통 모양, 몸체에 걸친 천의는 매우
경쾌한 느낌을 준다.

이강근 경주대 교수는 "상원사동종은 8세기 전반 이상적이면서도 사실적인
경향을 나타냈던 불교조각 양식을 잘 반영해주고 있다"면서 "이 종에서
보이는 구조적인 특징은 한국종의 전형이 돼 이후 모든 종에 계승된다"고
설명했다.

< 강동균 기자 kdg@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