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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트 홈-문화생활] 파란눈 스님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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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9년 12월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어느 날.

    미국 하버드대의 샌더스 시어터 강의실에서 키가 작고 통통한 한국인 스님이
    문법에도 잘 맞지 않는 서툰 영어를 구사하며 강의를 하고 있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가?"

    이 질문에 한 미국 젊은이는 숨이 막혀버리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한국인 스님은 티벳의 달라이 라마, 베트남의 틱 낫한, 캄보디아의 마하
    거사난다와 함께 현존하는 세계 4대 성불의 하나로 추앙받고 있는 숭산
    큰스님이었다.

    젊은이는 가톨릭 신자이자 하버드대 신학대학원생이었던 스물다섯의 폴
    뮌젠이었다.

    지난해 말 KBSTV 다큐멘터리 "만행"의 주인공으로 감동과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현각스님(35).

    그가 지금까지의 삶을 고백한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열림원,
    전2권, 각권 7천원)를 펴냈다.

    가부좌 틀고 5분도 채 앉아 잊지 못하던 미국 청년이 부모와 애인을 버리고
    삼각산 기슭에 선방을 마련하기까지의 인생 편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숭산 큰스님의 가르침을 알리기 위해 책을 썼습니다. 서양에서는 현존하는
    세계 4대 성불 중 한사람으로 존경받는 큰스님이 한국에서는 거의 알려져있지
    않아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난 현각스님의 꿈은 원래 가톨릭 신부가 되는
    것이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부모는 그에게 수도자의 길을 권했다.

    형제자매들이 아이비리그를 나와 월가를 누비고 있을 때 현각스님은 예일
    대와 독일 프라이부르크대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유럽에서 돌아온 뒤 뉴욕의 법률회사에 취직했습니다. 그런데 사는게
    의미가 없었어요. 절망의 밑바닥을 헤매던 어느날엔 브루클린 다리에서 몸을
    던지려고까지 했습니다"

    그 고뇌의 한 가운데에서 운명처럼 숭산스님을 만났다.

    숭산스님의 강연에 충격을 받은 1년 후 그는 진리를 찾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90일간의 동안거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스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92년 숭산스님과 동행했던 중국 방문 때 남화사란 고찰에서 정식으로
    출가했다.

    "어렸을때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부모 형제 자매를 떠나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는 예수의 말씀을 항상 되새기며 살았습니다.
    나의 출가는 바로 거기서 잉태된 것이지요. 사실상 개종을 한 것이지만 참선
    수행을 하고 경전을 읽다 보면 예수의 가르침에도 더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현각스님은 만행이 특별히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에게 만행은 "순간순간 우리의 마음을 열어주는 모든 것"이다.

    < 강동균 기자 kd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3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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