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작가 심상대(39)씨가 새 소설집 "늑대와의 인터뷰"(솔출판사)를
펴냈다.

그는 기발한 상상력과 거침없는 입담으로 현실의 허상을 여지없이
깨부순다.

우리 주변의 일상사부터 천상계의 아수라장까지 그의 펜 앞에는 도대체
성역이 없다.

11편의 중.단편이 실린 이번 작품집에서도 그는 정치 사회 문화 등 온갖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딴지를 걸고 어깃장을 놓는다.

"신금오신화" 연작에서는 "심생"이라는 주인공을 내세워 신랄한 비판을
던진다.

꿈속에서 천상에 오른 심생은 서포 김만중, 김삿갓, 매월당 김시습,
사르트르 등 동서양 위인들을 만나 황금 만능주의와 친일파 청산, 종교계파간
갈등, 외세 의존문제를 파헤친다.

옥황상제인 안중근 의사의 입을 빌어 "젊은이다운 패기와 능력을 기르기
위해 독서를 많이 하라"고 충고하고 프랑스의 대문호 사르트르를 통해서는
문학인의 자세를 꼬집는다.

그런가 하면 황진이, 어우동 등 수십명의 여인들과 운우지정을 나누고
"소녀경" "천녀경" "옥방비결"의 방중술을 발휘한다.

용궁의 부정한 용왕선출에 빗대어 싸움만 일삼는 정치판을 질타하기도
한다.

표제작 "늑대와의 인터뷰"에서는 이혼한지 얼마 안되는 인기 여배우와
소설가의 인터뷰 과정을 통해 진정한 여성해방 문제를 제기한다.

"문학을 향해 쏴라"에서는 전업작가의 힘든 생활과 고뇌를 적나라하게
토로한다.

이번 소설집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으로는 첫머리에 나오는
"망월"이 있다.

80년 광주의 5월을 걸쭉한 남도 사투리로 담아낸 단편이다.

강원도 명주태생으로 서울에서 대학을 다닌 그가 아무 연고도 없는 광주로
내려가 2년간 열병을 앓다가 완성했다.

작가로서는 지병처럼 가슴을 짓누르고 있던 오랜 숙제를 마무리한 것이다.

선배작가 이문열씨는 "광주의 비극이 이만큼 순화된 감정과 미학적 장치로
형상화된 작품도 드물다"고 평했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