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앓은 다음에는 한동안 입맛을 잃고 힘들어 한다.

그러다 나을 때쯤이면 입맛이 돌아온다.

하지만 막상 음식을 입에 대면 별로 먹지 못한다.

이는 인체가 병을 앓은후 오랜 기간 사기와 싸우면서 정기가 고갈됐기
때문이다.

입맛을 잃는 것은 정기의 고갈이 원인이 된다.

즉 비위의 기운이 쇠약해진 것이다.

의학에서는 갑자기 식욕기 왕성해지는데 먹지 못하고 속이 답답해지는
현상을 병후에 나타나는 조잡증이라고 분류한다.

병으로 체내의 음혈이 고갈된 상태에서 위에 열이 생성돼 마치 배가 고픈
듯이 느껴지는 것이다.

만약 평소 체내에 양기가 부족했던 사람이라면 양기가 극도로 저하돼 위에
한사가 생성된다.

이 또한 조잡증을 일으킨다.

위열로 인한 조잡증의 경우에는 가슴속의 열감이 뚜렷하고 갈증 속쓰림이
동반된다.

음혈의 부족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특히 오후나 야간에 증상이 심해진다.

변비를 보일 때도 있다.

이에 비해 위의 한사에 의한 경우는 추위를 싫어한다든지 따뜻한 음식을
섭취하면 증상이 완화된다든지 하는 양상을 띤다.

조잡증은 병중이나 병후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과로나 스트레스에 노출됐을
경우에도 나타난다.

평소 음혈 혹은 양기가 부족했던 상태에서 위열증이나 위한증으로 생긴다.

게다가 스트레스는 간의 기운을 낮추고 정체시킨다.

이를 풀어주고 소통하는 방법이 치료의 근본이다.

박영배 < 경희대 한방병원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