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중국 산업의 패러다임 변혁이 시작됐다.

중국 시장에서도 국내외 업체간 치열한 경쟁체제가 예상된다.

주요 업종을 대상으로 중국시장의 현황과 향후 전망을 시리즈로 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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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중국 베이징 국제전람관에서는 이동통신분야 국제 전람회가 열렸다.

5개 전람관에는 모토롤라 에릭슨 노키아 삼성 LG 등 내로라하는 세계
이동통신업체들이 모두 참여했다.

참가업체와 전시규모, 관객 등에서 세계 최대규모급이었다.

세계 통신업체들이 중국 시장을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WTO가입으로 중국 통신산업은 질적 변화는 물론 양적인 면에서도 혁명적
변혁이 예상된다.

중국기업과 외국기업간 자본 기술 협력이 크게 늘어나는 등 시장 구도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중국 통신산업중 가장 발전속도가 빠른 분야는 이동통신과 인터넷통신.

현재 중국의 이동전화가입자 수는 약 3천6백만명 정도에 달하고 있다.

오는 2003년에는 1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4백만명에 달하고 있는 인터넷 가입자수는 2003년에는 1천6백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WTO가입으로 가장 먼저 예상되는 변화는 CDMA(부호분할 다중접속)
시장의 형성이다.

이는 CDMA기술대국인 미국과 한국 기업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GSM방식의 이동통신시스템을 제공해 왔기 때문에 이 분야 기술이
낙후한 상태다.

단말기 시장도 급변하게 된다.

현재 모톨로라 에릭슨 노키아 등 3개 업체가 단말기 시장의 85%를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단말기 수입 관세율이 기존 28%수준에서 3%안팎으로 떨어져 중국
외에서 생산, 공급하는 업체에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통신분야 외국업체의 중국업체 투자지분을 49%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2년후에는 50%로 늘어난다.

현재 모토롤라 루슨트테크놀로지 등 미국 기업들은 중국업체에의 지분참여
식으로 CDMA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인터넷 분야도 변혁의 핵심에 놓여있다.

중국은 최근 인터넷분야 외국 기업의 시장진출을 봉쇄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이번 협상에서 이를 번복했다.

야후 아마존 등 외국 인터넷 전문업체들의 중국 시장공략이 곧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통신시스템 설비 분야에서는 중국기업이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시스템 국산화율을 80%이상 달성한 상태다.

또 다탕 중싱 등 국내 통신설비 회사가 전체 교환기시장의 9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이 통신시장을 호락호락 외국기업에 내줄 것으로 보는 것은 너무 안이한
판단이다.

국내 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정책이 외국기업을 꾸준히 괴롭힐
가능성이 있다.

엄격한 수입허가기준을 만들어 놓고 외국 수입을 통제하는 등의 정책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자국 통신시장 경쟁력 강화정책을 나름대로 추진해왔다.

작년 1천7백54억위안(1위안=1백40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해도 1천4백45억
위안의 예산을 이 분야에 책정했다.

또 동팡 등 8개 이동통신 단말기 업체를 선정, 올해 14억위안을 지원하기도
했다.

중국 국가경제무역위원회 한 관리는 외국 기업은 국내 기업과 함께 성장
하겠다는 생각 없이는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통신시장은 중국업체와 외국업체가 합종연횡을 거듭하는 속에서 서로
경쟁하는 체제로 전개될 거라는 얘기다.

<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