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

지금까지의 상식으로는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한 행사가 열렸다.

바로 제1회 산업디자인진흥대회.

"디자인으로 21세기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자리였다.

청와대에서 디자인대회를 연 것은 디자인 육성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천명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디자인 코리아"란 부제로 김대중 대통령과 1백70여명의 관련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이날 행사에서 제일모직은 겹경사를 맞았다.

회사는 디자인 경영 부문에서 우수상을, 원대연 대표는 디자인 개발에 힘써
온 공로로 산업포장을 받은 것이다.

정작 제일모직은 이번 수상을 "트리플 경사"라고 환영했다.

IMF사태로 적자에 빠졌던 회사가 흑자로 전환되는 때에 맞춰 경사가
겹쳤다는 얘기다.

제일모직은 IMF(국제통화기금)체제 원년인 지난해 9천7백21억원의 매출에
4백42억원의 경상적자를 기록했다.

내수 침체로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아 달리 묘수가 없었다.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화성(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직물 의류 등 3개 사업부문에서 1조1천8백22억원
어치를 팔아 6백억원의 경상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지난해 1백86%였던 부채비율은 1백1%로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 성적표엔 물론 경기 회복세가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좀더 깊이 살펴보면 한발 빠른 구조조정이 흑자전환의 큰 배경임을
알수 있다.

"Small & Good Company(작고 좋은 회사)"를 강조하는 원 대표의 경영철학은
회사를 다시 반석위로 올려놓았다.

원 대표는 기획 디자인 등 핵심역량만 보유함으로써 비용절감 효과 극대화를
추구했다.

시장변화에 즉각 반응하는 탄력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 분사도 단행했다.

지난해 6월 물류부문을 떼 "하티"로, 9월엔 신사복 공장을 "안양 하티스트
패션 센터(HFC)"로 분리 독립시켰다.

올 1월에는 원자재 부문을 "엠텍"이란 회사로 재탄생시켰다.

그 효과는 올들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HFC의 경우 분사 1년만에 생산성향상 경비절감 자산매각 등으로 50억원의
경영 개선효과를 냈다.

그 대가로 HFC 직원들은 평균 6백만원 가량의 성과급을 받아갔다.

의류 판매가 부쩍 증가하는 3.4분기에 접어들면서 실적 호전세는 더욱
뚜렷해지는 추세다.

지난 10월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대비 45%나 증가했다.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실제판매율은 14% 포인트 뛴 80%대다.

10벌 가운데 8벌을 할인없이 제값에 팔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소비자들의 기호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다 보니 재고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엔 무려 1천60억원대에 달한 재고는 최근엔 6백억원대로 감소했다.

제일모직은 새천년 전략으로 "전 부문 넘버 원"을 내세우고 있다.

독립채산제를 통해 모든 브랜드를 1위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기획 생산 물류 판매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시스템 네트워크로 묶어 신속
반응생산(QR)효과를 높이고 패션쇼 형태로 물량을 수주하는 컨벤션 체제도
갖춰 나가고 있다.

해외시장도 적극 공략한다는 청사진을 그려놓고 있다.

중국 현지법인인 삼성모방직유한공사(직물)와 중국 톈진삼성시장유한공사
(의류)는 올해 8백만달러의 실적을 거뒀다.

미국 등 선진시장 직물 수출도 늘릴 계획이다.

직물의 경우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고급품은 국내, 일반 제품은 해외공장
에서 생산하는 2원화 체제도 구상하고 있다.

가장 신경을 쓰는 분야는 개별 브랜드의 해외 진출이다.

국내 신사복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갤럭시와 로가디스, 캐주얼에서 독보적인
빈폴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해외시장을 개척한다는 전략이다.

박세리 선수의 선전에 힘입어 올해 자체상표로 미국시장에 진출한 골프
브랜드 아스트라를 "토털패션 브랜드"로 만드는 구상도 해둔 상태다.

사이버시장의 부상에 발맞춰 인터넷 사업도 활발히 벌이기로 했다.

올해 만든 인터넷 쇼핑몰 패션피아는 그 전위부대이다.

화성부문의 경우 전자재료사업이나 세계시장 점유율 40%대인 난연수지 등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이렇게 할 경우 올해 인수한 삼성물산 의류부문을 포함, 내년엔
5천9백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대연 대표는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바탕으로 글로벌 브랜드를 만드는
작업을 더욱 활발히 전개하겠다"며 "오는 2003년 매출 1조8천억원에
2천2백억원의 경상이익을 내는 초우량회사가 경영 목표"라고 밝혔다.

< 박기호 기자 khpark@ked.co.kr >

[ 제일모직 연혁 ]

54년 9월 제일모직공업주식회사 설립
61년 2월 국내 최초 복지 수출
76년 2월 제일모직 주식회사로 사명 변경
78년 11월 구미공장(직물) 준공
83년 5월 안양 남성복 생산공장 준공
89년 10월 여천공장(화성) 준공
94년 6월 섬유업계 최초 ISO 9002 인증 획득
94년 11월 세계최초 1백30수 고급복지 개발
95년 5월 중국현지법인 톈진삼성모방직유한공사 설립
95년 12월 중국현지법인 톈진삼성시장유한공사 설립
96년 11월 미국 의류업체 파멜라데니스 인수
97년 7월 예산공장(화성) 준공
98년 갤럭시 소비자 인지도 10년연속 1위
99년 로가디스 히트상품 선정
99년 4월 Y2K 인증 획득
99년 11월 대한민국 산업디자인상 수상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