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부터 의료기관에 대해 의약품 실구입가 상환제가 실시되자
병원이 의약품 사재기에 나서는 한편 제약사나 도매상에 이면계약을 요구하고
있어 의약품 유통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이로인해 의약품 실구입가 상환제가 출발부터 난항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18일 "의료기관들이 실구입가 상환제 실시로 의약품의
구입과 투약 과정에서 약가마진을 챙길수 없게 되자 마진이 높은 약들을
사재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들은 정부가 15일자로 의료보험약가를 평균 30.7% 인하하면서 고시한
기준가격보다 값싸게 구매할 수있는 약품을 많이 비축하기 위해 이들 의약품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이와함께 영세제약업체들이 내년에 의약분업이 실시될 경우 생존기반이
무너질 것을 우려해 의약품을 덤핑하고 있어 실구입가 상환제의 기반이
흔들리게 만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 의약분업이 시작되면 적정한 품질 가격 신뢰도
인지도를 확보한 제품만이 생존할 것으로 전망되고있어 이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영세업체들이 재고를 떨어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연간 매출 3백억원이 못되는 업계순위 70위권밖의 업체들이 의약품
관련 제도개혁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될 것으로 보인다"며 덤핑이 성행하고
있는 배경을 설명했다.

중견제약사의 병원영업 관계자는 "병원이 이면계약서 작성을 요구하고
있어 난감한 입장"이라며 "약값이 30.7%인하된 수준에서 다시 가격경쟁을
치르자니 출혈이 크다"고 밝혔다.

특히 의료기관은 이달 15일부터 연말까지의 실제구입 가격을 내년 1~3월에
지급하는 의보약가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정부방침에 따라 거래와 관련한
근거자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면계약을 고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한달새 마진이 큰 편인 영세제약업체 제품의 주문은
35~40%, 마진이 작은 중견제약업체 제품은 20%가량 주문이 늘어났다.

H제약 영업관계자는 "이런식으로 매점매석이 이뤄지면 내년 1월말까지는
영업이 일절 중단되는 공황이 예상된다"며 "정부의 강력한 실천의지가 없다면
결국 실구입가 상환제는 뿌리내리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의약품 도매업계는 관행으로 챙겨오던 5%의 유통마진이 줄어
울상이다.

도매상들은 실구입가 상환제 실시로 유통마진이 3%정도로 낮아져 향후
1년내에 합병.폐업 등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 정종호 기자 rumb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