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 행정이 곳곳에서 삐걱거리고 있다.

상황판단이 잘못돼 원칙이 흔들리는가 하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다.

의료보험통합을 연기했으나 당시 여론조사가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으며
의약분업안은 의사 병원 약국 어느 쪽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17일 발표한 한약사시험 응시자 이수과목에서는 아예 약대졸업생과
한약자원과 학생들의 응시자격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려 거센 항의를 초래했다.

이때문에 과천 복지부 청사주변에선 보건복지행정과 관련된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관계자들은 이같은 사안들이 워낙 민감한 문제여서 간단하게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에 수긍하면서도 복지부의 조정능력 결여를 탓하고 있다.

이해당사자들의 첨예한 대립을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양측을 다 만족시킬 수 없을 것으로 보이자 복지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부치려 드는 것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 한약사시험= 복지부는 지난 94년5월 한약사 자격시험제도를 도입키로
하면서 "95.96년에 입학한 약대생 2천4백명과 한약자원학과 학생 1백50명
에게는 법정이수과목과 대학이 정하는 과목을 이수하면 응시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었다.

법정 20과목을 이수하고 한약관련 과목에서 95학점을 따면 되도록
약사법에도 규정했다.

그러나 복지부가 17일 발표한 71개의 한약관련 과목은 대부분 한약학과의
전공과목이어서 약학과와 한약자원과 학생은 도저히 95학점을 채울 수 없게
돼 있다.

다시 학교를 다니지 않는한 불가능한 과목들이다.

이에따라 순천대 한약자원학과 졸업예정자 1백50명은 18일 과천 복지부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학생대표 최형석씨는 "복지부의 지침에 따라 학교가 정해준 과목을
이수했는데 이제와서 한약사 시험을 볼 수 없게 한 것은 위법"이라며
"밀실행정과 관료 편의주의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전국의 약학대학도 18일 일제히 교수회의를 열고 복지부의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의했다.

<> 의약분업 =지난 9월 의사협회와 병원협회가 의약분업 추진방안에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단체행동에 나선지 두달이 지났으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달초 두 협회의 인사를 참여시키지 않은채 의약분업추진본부를
발족시켰다.

약사만이 참여한 반쪽의 의약분업이 된 꼴이다.

복지부가 이해당사자의 반론을 더이상 듣지않자 대한병원협회는 정부의
의약분업 시행안을 반대하는 약사법 개정 입법청원서를 19일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병원협회는 "약사의 임의조제를 허용하고 병원 외래조제실을 폐쇄하는
것은 의사의 처방권과 국민의 약국선택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의약분업추진본부에 참여한 대한약사회도 불만을 갖고 있기는 마찬가지.

의약분업에 대비해 약사교육 약국정비 등 사전에 준비할 일들이 산적해
있지만 복지부가 병원협회 등과의 타협안을 내놓지 않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약사회의 한 관계자는 의료보험 통합이 연기된 사례를 들면서 "의약분업
시행 자체에 대한 확신이 서있지 않다"고 말했다.

<> 의료보험 통합 =복지부는 의보통합에 반대하는 서명자가 5백14만명을
넘었다는 이유로 통합을 6개월 연기시켰다.

그러나 국회에서 청원서류를 점검한 결과 실제 서명자는 3백38만명에
불과했다.

서류를 일일이 뒤져볼 수는 없었겠지만 중대한 결정을 내리면서 여론의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반증이다.

이런 상황이 밝혀지자 의보통합 연기에 반대하던 단체들은 연일 복지부를
비난하고 있다.

이와함께 지역의료보험과 통합될 직장의료보험 가입자의 실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 김도경 기자 infofes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