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벌이던 외국인이 지난 17일 돌연하게 순매도로
돌아서자 증시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18일엔 소폭의 매수우위로 돌아섰으나 주가는 외국인의 속내를 살피느라
하루종일 오르락 내리락거렸다.

시장참가자들은 줄기차게 매수하며 주가급등세를 이끈 주역이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는 것 자체에 갖가지 상상력을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의 매매주문을 직접 받는 국내외 증권사 관계자들은 의외로
담담하다.

"속도조절일 뿐이다"거나 "단기차익 실현에 불과하다"는 게 보편적인
해석이다.

<> 현장 분위기 =미국 모건스탠리증권의 공현무 영업부장은 "시장이
과민반응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국주가가 급하게 상승했기 때문에 외국인이 한숨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수 800선에서 다시 순매수하기 시작해 1,000선에 도달하자 부담을
느껴 단기차익을 실현하고 있다"고 전했다.

18일 주요 매도창구였던 메릴린치 증권의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상승폭이
컸던 한국통신 데이콤등을 중심으로 매물이 흘러나온 것으로 볼 때 차익실현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의 정태욱 이사는 "Y2K(컴퓨터 2000년도 인식오류)문제
로 실제 거래를 줄이고 싶다고 말하는 외국인도 없지 않다"고 분석했다.

"최근엔 연기금펀드등 장기투자자들이 단기매매하는 모습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투자한도가 풀리면서 장내에서 언제든지 주식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 삭스증권의 신주은 영업담당 과장은 "20일째 순매수했다는 점이 더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차익을 실현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얘기다.

그는 "주문형태가 크게 바뀐 것이 없다"며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선물을
대량으로 팔지 않는등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있어 이상한 낌세를 먼저
감지한 것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신 과장은 "1,000선을 넘어서기가 무섭게 연말 종합주가지 전망을 묻거나
전고점(1,052)을 뚫어낼 것인지 여부를 물어오는 외국인이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일단은 1,000선이라는 분기점에서 20%의 단기 수익률을 챙기고 보자는
심리가 강하다는 설명이다.

투신사의 동향에도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인들이 투신사의 적극적인 동반매수세 없이 자신들의 힘만으로는 향후
주가상승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는 것이다.

<> 전망 =향후 한국주가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은 여전히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돌출될만한 큰 악재가 없는데다 경기회복,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등이
투자심리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 슈로더투신등 20여개 외국인투자가들을 상대로 해외세일즈를 다녀온
권성철 현대증권 국제업무담당 전무는 "한국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현지
분위기는 상당히 고무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그룹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외국인이 거의 없을 정도"며
"오히려 대우그룹주 매수에 흥미를 갖는 쪽도 없지 않았다"고 밝혔다.

권 전무는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순매도한 5조원중 이달 들어서 2조원
정도를 순매수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 2~3조원이 최소한 다시 유입될 것"으로
낙관했다.

< 김홍열 기자 come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