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용사들은 어디로 갔나"

투자신탁회사를 바라보는 시장참여자들의 시선은 실망감으로 가득하다.

올 상반기 주가 1,000시대를 열었던 증시의 "큰손"이었던 투신권이 최근
"조막손"으로 변해버렸다.

이달들어 외국인이 1,000고지를 향해 돌진할 때도 팔짱만 끼고 있었다.

주가가 970선을 넘어선 지난 15일 이후 4일째 매도우위였다.

19일엔 7백81억원을 순매수했지만 매수세가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왜 이럴까.

한 투신사 펀드매니저는 "그만한 속사정"이 있다고 말했다.

수급사정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주식형수익증권에 신규자금이 들어오기는 커녕 빠져나가고 있다.

주식형펀드에서 꾸준히 환매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조정을 받더라도 상승추세는 지속될 것"(이춘대 대한투신 펀드매니저)
이란 장세관에도 불구하고 투신권이 쉽사리 매수에 가담할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다음달초까지 2조원규모의 뮤추얼펀드가 발매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달중순에 가서야 투신권의 본격적인 매수가 재개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 펀드환매 규모 =가입한뒤 6개월이 지나 환매수수료가 없어진 펀드
가입자들이 주로 환매하고 있다.

개인보다도 금융기관및 일반법인이 결산을 앞두고 이익실현을 위한 것이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주식형수익증권 잔고는 이달들어 17일까지 1조3천억원 감소했다.

신규 유입자금을 고려하면 실제 환매금액은 1조5천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허연훈 대한투신 영업부장은 "손바뀜이 일어나지 않아 환매규모가 신규
유입자금을 압도하고 있다"면서 "지수가 전고점(1,050)을 뚫고 올라갈 경우
신규자금 유입이 가속화돼 수탁고가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가 현수준에서 장기간 머물면 감소세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스폿펀드 해지물량도 대기하고 있다.

현대투신 한국투신 대한투신등 대형 3사에서만 내달 17일부터 내년 1월까지
만기 상환되는 스폿펀드규모가 3조원에 달한다.

신규 펀드가 설정돼 대체되지 않는 한 최소 1조5천억원어치의 물량이
고스란히 시장에 쏟아지게 된다.

<> 장세관및 매매전략 =단기조정을 불가피하나 내년초까지 상승추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조재홍 한국투신 펀드매니저는 "전고점을 뚫고 1,300까지 가는 장은
시작됐다"면서 "그러나 투신권의 자금여력을 고려할 때 연말까지는
950-1,000사이의 박스권 장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동식 미래에셋펀드매니저는 "외국인의 매수강도가 약해지고 1조원을
넘어선 프로그램매수잔고가 내달 9일까지 매물압박으로 작용해 곧바로
1,000을 돌파할지는 여전히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투신권의 움직임이 관건인데 현재로선 적극적인 매수세를 기대하기
힘들고 2조원규모(모집예정)의 뮤추얼펀드가 설정되는 내달초에 가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장세관에 따라 당분간은 상승시 매도하겠다는 펀드매니저들이 많다.

이춘수 펀드매니저는 "조정받을 것으로 예상해 주식편입비율이 높은 기존
펀드를 중심으로 상승시 매도전략으로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가가 너무 가파르게 올라 쉽게 팔지도 못하고 저가매수전략도
여의치 못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 장진모 기자 ja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