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유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브렌트 유가가 91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런 유가 강세는 연초까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산유국들이 원유 감산 합의를 연장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유가가 앞으로도 더 오를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유가상승은 거의 대부분 나라에서 인플레로 직결된다.

세계 경제 회복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석유가격 인상은 대부분 그대로 상품가격에 반영된다.

국제유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촉각을 곧두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가격동향과 시장주변의 흐름을 점검한다.

<> 가격동향 =18일 뉴욕시장의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은 배럴당
25.80달러였다.

전날에는 26.60달러로 34개월만에 최고치를 보였었다.

WTI와 함께 3대 국제기준 유가에 속하는 유종은 브렌트유 두바이유이다.

이들 가격은 WTI와 같은 추세선을 그린다.

런던시장의 브렌트유는 전날 배럴당 25.07달러까지 치솟아 91년 1월16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제유가는 연초 배럴당 10달러 안팎이었다.

따라서 유종별로 차이는 있지만 최근 유가는 연초에 비하면 1백% 이상
상승한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합의를 발표하면서 2~3월부터 오름세를 타기
시작했다.

9~10월동안엔 배럴당 20달러 전후에서 안정됐으나 이달들어 다시 급등하고
있다.

한국이 많이 수입하는 중동 원유들의 평균가격인 OPEC 바스켓 가격은 18일
배럴당 24.47달러를 기록했다.

<> 수급동향 =이달들어 재차 국제유가의 상승을 유발시킨 것은 국제에너지
기구(IEA)의 수급동향 보고서였다.

올들어 1~3분기동안 주요 선진공업국의 재고가 계속 줄어든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IEA에 따르면 지난 9월 한달동안에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석유재고는 하루 1백80만배럴씩 감소했다.

이에 비해 수요는 겨울철을 맞아 본격적인 증가국면으로 접어들었다.

IEA는 4.4분기중 OECD 석유재고가 하루 평균 2백60만배럴씩 감소, 연말엔
24억2천만배럴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산유국 감산이 지속된다면 국제유가는 강세를 띨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 주변동향 =OPEC 산유국들은 올들어 매우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와 달리 감산합의(하루 4백30만배럴)를 잘 지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감산은 내년 3월까지 하기로 돼 있다.

최근에는 이를 최소한 3개월에서 6개월정도 연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일부 회원국은 이미 OPEC 내부의견이 일치됐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논의는 더 필요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정확해 보인다.

감산연장 등의 예민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4개국(사우디아라비아
베네주엘라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합) 석유장관들은 20일, 21일 이틀간
비공식회의를 갖는다.

그러나 최근 감산연장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면으로 "약속파기"가 진행
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과거 유가가 오르면 어김없이 OPEC 산유국들은 증산에 들어갔으며 지난
2개월 동안에도 감산이행률은 80%대로 크게 낮아졌다.

< 박재림 기자 tr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