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신 < 서울중앙병원 정형외과 의사 >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것이 경제 원칙이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다.

비용을 줄이다 보면 "싼 게 비지떡"이 될 소지가 많다.

모르는 사람들은 가격을 내린다면 좋아한다.

하지만 내용을 아는 사람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지난 15일부터 의약품과 의료재료에 대해 의료보험에서 지급하는
기준가격을 최고 30%까지 삭감했다.

국민들은 지금까지 터무니없이 바가지를 쓰고 치료를 받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지금까지 병원은 환자에게 바가지만 씌웠단 말인가.

이런 조치의 역작용은 없는 것일까.

한그릇에 5천원씩하는 설렁탕을 일률적으로 3천5백원에 팔라고 한다면
고기의 양이 줄어들거나 한우를 수입고기로 대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극소수를 제외하고 의료의 질 저하는 불보듯 뻔하다.

정책을 입안한 사람은 불필요한 경비나 잘못된 관행을 고치라는 목적으로
이렇게 추진한 것이다.

그렇지만 의약품.의료재료를 판매하는 업자들이나 병.의원들은 먼저 어떻게
하면 보다 원가가 싼 제품을 사용할 것인가를 궁리하게 된다.

의사의 권익을 위한 주장이라고 오해를 받을지 모르지만 필자는 실상을
알려야 할 의무감을 느낀다.

지금의 의료보험수가 체계는 "같은 목적으로 사용하는 의료 재료는 질의
좋고 나쁨에 관계없이 동일한 수가를 적용"하고 있다.

이를 전혀 구별할 길 없는 환자는 자기 몸에 어떤 것이 들어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의약품이나 의료재료는 같은 품목이라 하더라도 질이 천차만별이다.

그 좋고 나쁨을 단시간에 가려내기는 더욱 힘들다.

그런데도 가장 낮은 가격을 기준으로 하여 의료보험수가를 일률적으로
삭감하게 되면 우리 국민은 후진국에서도 쓸까말까하는 의약품이나 의료재료
를 사용할지 모른다.

다른 것은 더 좋게 하기 위해 돈을 못써 안달인데 하필 건강과 직결되는
의약품이나 의료재료에 대해서는 이렇게 인색한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