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촌에 직장이 있어 매일 경부고속도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회사원이다.

집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이니까 대부분 사람들 출퇴근시간의 차량흐름과
반대로 다닌다.

그래서 교통이 막히지 않는 길을 다니니 얼마나 좋으냐고 주위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다.

최근엔 퇴근시간대 경부고속도 하행선뿐만 아니라 상행선도 많이 지체된다.

퇴근시간이 예전과 비슷한데도 지체길이는 상당히 길어졌다.

예전에는 양재 인터체인지부터 지체되었지만 요즘은 판교 인터체인지부터
지체가 시작된다.

정체원인은 차가 많이 늘어난 탓이다.

하지만 진짜 원인은 서초 인터체인지에 도착하면 알 게 된다.

상당수의 차량이 서초 인터체인지에서 반포 인터체인지까지 갓길을 이용해
다니기 때문이다.

얼핏보면 주행선처럼 느껴질 정도다.

차 한 대가 갓길로 가면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줄줄이 앞차를 따라간다.

그러다가 본선에 틈이 생기면 끼어 들기를 한다.

또 어떤 차는 반포인터체인지까지 와서 터미널 방향으로 가기 위해
무리하게 본선에 끼어들기를 하는 차도 있다.

갓길은 비상차량을 위해 만들어 놓은 도로다.

갓길에 오랫동안 정차를 해서도 안된다.

만약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생겨 환자를 긴급히 후송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되겠는가.

갓길 차들로 인해 후송이 늦어져 목숨을 잃게 된다면 누구의 책임이겠는가.

차가 많이 늘어나고 경제가 성장했다고 해서 선진국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작은 것부터 지키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아쉽다.

고강웅 < douglasko@hanmail.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