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한 만큼 교회의 활동 방향도 달라져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교회는
신앙중심의 공동체였지만 21세기에는 거대한 비정부기구(NGO)의 구심체로
활동을 넓혀가야 합니다. 교회의 막대한 인력과 자금을 환경.통일.인권.
문화운동 등에 사용하면 이 사회는 훨씬 건강해질 수 있을 겁니다"

최근 5년간 맡아오던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무직을 사임하고 다음달
5일부터 서울 중구 장충동 경동교회의 담임목사로 일하게 된 박종화(54)목사.

그는 "교단의 벽을 뛰어넘는 NGO네트워크를 결성해 교회문화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경동교회가 먼저 모범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기장은 지난 53년 자유주의 신학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김재준 목사 등이
대한예수교장로회로부터 이단으로 단죄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예장에서 갈라져나와 진보적 노선을 걸어온 기장은 70~80년대 강원용
문익환 박형규 목사와 장준하 선생을 중심으로 반독재 민주화 운동에 뚜렷한
자취를 남겼다.

경동교회는 기장의 모교회로 강원용 목사가 오랫동안 시무를 맡아오면서
한국 개신교의 대표적 교회로 키워놓았다.

"강원용 목사가 계실때는 경동교회가 시대의 양심을 대변하는 교회, 세계
교회의 조류와 함께 하는 교회로 손꼽혔지요. 교회 관계자들이 저를 믿고
초빙한 만큼 강 목사 은퇴 이후 퇴색하고 있는 경동교회 특유의 전통을
되살리는데 최선을 다할 각오입니다"

그는 경동교회의 상징이자 기장의 정체성인 "예언자적 사명"은 지속해
나가되 다원화된 사회의 조류에 발맞춰 다양한 사목 활동을 펼쳐나가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박목사는 복지활동 등 공익사업 외에도 수준급 공연시설을 갖춘
여해 문화공간을 지역주민과 문화애호가들의 안식처로 꾸밀 계획이다.

아울러 21세기형 목회활동의 모델도 지속적으로 찾아나갈 방침이다.

70년 목사안수를 받은 박목사는 한신대 교수와 캐나다 토론토 임마누엘
신학대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치면서도 많은 저서를 출간해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있다.

지난해에는 임기 7년의 세계교회협의회(WCC) 중앙위원에 재선돼 국내에서는
강원용 목사에 이어 두번째로 14년간 중앙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현재 21세기 통일포럼 공동회장, 대통령 통일고문, 제2건국위원 등을 맡고
있다.

아버지 5형제와 동생이 모두 목사인 독실한 개신교 집안이다.

아들 역시 한신대 대학원을 다니며 3대째 목회자의 길을 준비하고 있다.

< 강동균 기자 kdg@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