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정규웅(58)씨가 60년대 문단이야기 "글동네에서 생긴 일"(문학
세계사)을 펴냈다.

이 책에는 4.19와 5.16을 거치며 치열하게 살았던 60년대 문인들의 뼈아픈
글쓰기 과정이 배어 있다.

내로라 하는 시인.소설가들의 독특한 언행뿐만 아니라 한국 문단의 굵직한
사건과 흐름을 폭넓게 조명해 사료적 가치도 크다.

등단구조와 문인단체, 외설시비, 비평논쟁, 필화사건 등이 한편의
다큐멘터리처럼 담겨 있다.

특히 20대 교수 이어령을 골탕먹이던 대학신입생 김현, 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가짜 황석영, 친구 내외의 방에 끼어 "서울 1964년 겨울"을 쓴
김승옥, 눈물겨운 금호동 단칸방 시절의 박상륭, 피난시절 껌팔이하던
황동규 등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도 많다.

간첩으로 내몰린 천상병과 용산에서 장면과 맞붙어 선거전을 치른 김관식의
일화 또한 흥미롭다.

신춘문예 5관왕을 차지한 이근배, 8차례나 낙방한 뒤 9년만에 당선한
조해일, 응모작마다 당선소감을 함께 써보낸 최인호, 6년간 고배를 마시다
결국 음독자살한 어느 청년의 사연 등 신춘문예 열병에 관한 뒷얘기도
실려있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