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53)서강대 사학과 교수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한국 고대사학계를
비판하는 저서를 출간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한국 고대사의 새로운 체계"(소나무)에서 "기존 역사학계가
"삼국사기"초기 기록을 인정하지 않는 "통설"을 따름으로써 고대사 연구에
파행을 초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한국 역사학계가 식민사관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근본적인 "통설"을 부정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결코 식민사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난 1백년간 한국사 연구자들은 중국의 역사서인 삼국지 "한전"을
중심으로 한 통설을 받아들였다"면서 "이것이 일본 사학자들의 황국사관을
따르고 있다는데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우리 사학계가 "삼국사기" 초기 기록을 신빙성 없는 자료로 보고 당시
한반도 남부 지역에 삼한단계를 설정함으로써 이 지역을 정치적 공백상태로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그 결과 이 공백 지역을 왜가 지배했다는 일본 식민사관의 주장을 공고화
하는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그는 "문헌 비판을 중시한다는 실증사학의 이름아래 근거없이 "삼국사기"
초기 기록을 인정하지 않아 연구가 왜곡됐다"고 말한다.

이같은 비판을 바탕으로 그는 한국 고대사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 교수의 입장은 엄격한 사료비판을 통해 "통설"을 부정하고 인류학 사회학
고고학을 바탕으로 새로운 연구를 하자는 것으로 정리된다.

그는 "삼국시대 초기를 인정하면 신라의 골품제도나 경주 고분군에 대한
설명이 합리적으로 이뤄지고 통일신라 역사도 제대로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
한다.

실증위주 연구풍토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고대사학계 원로 이기백 교수의
제자인 그의 이같은 주장은 적지않은 파문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얼마전 주해서 "화랑세기"를 펴내 주류 한국 고대사학계와 치열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 강동균 기자 kd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