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에게 세무사와 변리사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현행제도를 폐지
하겠다던 개혁입법이 "나눠먹기식"으로 변질되고 있다.

최근 국무회의와 차관회의를 각각 통과한 세무사법과 변리사법을 보면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및 변리사자격 자동부여 폐지방안이 온데간데 없이
빠져 버렸다.

대신 엉뚱하게도 관련직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세무사 및 변리사 자격을
손쉽게 취득할 수 있는 특례조항만 추가됐다.

재정경제부는 세무사 1차시험 면제자에 20년이상 지방세 업무를 했거나
대위급 이상의 군인으로 10년이상 군경리업무 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도
포함시켰다.

특허청도 박사학위를 소지하고 있는 직원의 경우 1차시험은 물론 2차시험
6과목중 4과목을 면제해 줄 방침이다.

개혁입법이 좌초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기득권층간에 "특혜 주고받기"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대목이다.

재경부가 개혁입법을 추진할 당시만 해도 "변호사자격과 세무사자격은
연관성이 없다"며 서슬퍼런 기치를 드높였었다.

하지만 반대급부를 의식해서인지 개혁추진 바통을 사법개혁위원회로 넘겨
버렸다.

사법개혁위원회로 넘어갔다는 것은 특허청관계자의 말대로 "이미 개혁은
물건너갔다"는 얘기다.

특허청은 오히려 공세에서 수세로 역전됐다.

변호사협회로부터 53년간이나 사용하던 "특허법률사무소"란 명칭에서 "법률"
이란 용어를 빼라는 의외의 일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에게서 변리사업무를 뺏으려다 "괘씸죄"에 걸려 되레 기존의 밥그릇
까지 뺏길 신세가 됐다.

이처럼 개혁의 본질이 왜곡되는데 대해 고려대 장하성 교수는 "특정집단에
예외적으로 특례를 주는 것은 상식적으로 옳지 않다"며 "공무원은 본래
개혁에 관심이 없는 집단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 김병일 기자 kbi@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