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뜯어보면 복잡한 회로 가운데 유난히 눈에 띄는 문구가 있다.

바로 CPU(중앙처리장치)에 붙어 있는 "intel inside".

제조업체인 미국 인텔사의 로고다.

그러나 컴퓨터를 사는 소비자들은 이를 컴퓨터의 품질보증 마크로 받아
들인다.

그만큼 인텔의 시장지배력은 막강하다.

가상공간인 인터넷에는 많은 쇼핑몰들이 존재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이들 쇼핑몰의 안정성을 보증해 주는 마크로 "커머스(commerce)
21"을 붙일 수 있다면...

이네트 정보통신의 박규헌(36) 사장이 꿈꾸는 미래다.

커머스 21은 이네트가 만든 전자상거래 구축 솔루션이다.

CPU가 컴퓨터의 두뇌라면 전자상거래 사이트의 핵심은 솔루션이다.

박 사장은 전자상거래 시장의 "인텔"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올해 이네트가 일으킨 돌풍은 박 사장의 생각이 허황된 욕심만 부리고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네트는 커머스 21을 앞세워 전자상거래 구축 솔루션시장에서 쟁쟁한
대기업들을 제치고 매출 1위를 기록했다.

골드뱅크 롯데 우체국전자상거래 등 대형 프로젝트를 휩쓸었다.

덕분에 지난해 4억7천만원이었던 매출액은 올해 15배 가까이 늘었다.

이네트의 경쟁자는 막강한 자본과 기술을 갖춘 오라클 IBM 마이크로소프트
(MS) 등 다국적 대형기업들.

토종 "다윗"이 미국 "골리앗"들과의 싸움에서 당당히 승리한 셈이다.

박 사장이 이네트를 세운 것은 지난 96년.

데이콤의 신사업개발팀에 근무하던 박 사장은 국내에서 저변을 넓혀가던
인터넷에서 새로운 미래를 보았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시장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고 그 시장은 창의력과
기술력을 가진 젊은이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새로 열어줄 것이라는 비전
이었다.

"인터넷은 커뮤니케이션(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툴(도구)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통해 인터랙티브(상호작용)한 마케팅을 할 수 있죠. 바로 그 핵심이
"전자상거래"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야할 길이 보이자 행동은 쉬웠다.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진 박 사장은 친구와 후배들을 모아 이네트정보통신
을 만들고 전자상거래 구축시장에 뛰어들었다.

회사 설립 한달만에 맡은 프로젝트가 국내 최초의 쇼핑몰인 데이콤의
인터파크(www.interpark.co.kr).

이네트는 국내 최초의 쇼핑몰 구축 회사가 됐다.

당시 쇼핑몰은 고객의 요구에 맞춰 시스템을 설계하고 구축해 주는 방식
이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운영자가 쇼핑몰을 개편하거나 새로운 이벤트를 기획할
때마다 전문 프로그래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이 솔루션을 패키지로 개발해 누구나 쉽게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만들 수 있도록 하자는 것.

박 사장은 98년 한햇동안 연구개발에만 매달려 올해초 커머스 21을 만들어
냈다.

""커머스 21"은 단순한 쇼핑몰 구축 솔루션이 아닙니다. 인터넷 마케팅을
겨냥해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고객의 방문을 유도하고 한번 온 고객은 다시
찾게 만드는 솔루션인 셈입니다"

고객과의 1 대 1 마케팅이 가능하고 운영자가 손쉽게 전자상점을 관리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며 안정적인 시스템을 지원해 준다는게 박 사장의
설명이다.

커머스 21의 성공은 특히 비즈니스에서 "타이밍"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준다.

전자상거래 구축 솔루션 패키지 상품이 국내에 선보인 것은 지난 98년.

그러나 이때 시장은 IMF 여파로 침체에 빠져 있었다.

여러 신제품들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올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쇼핑몰 시장규모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새로운 사이트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이 바람을 타고 커머스 21은 날개 돋친듯 팔렸다.

박 사장은 "사업전략은 실물경기 흐름과 맞아 떨어져야 한다"며 "비즈니스는
너무 시장을 앞서도 뒤처져도 실패한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네트는 오는 30일 커머스 21 3.0 버전을 새로 내놓는다.

이 제품은 자바(JAVA) 언어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

자바는 운영체제(OS)와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적 표준언어로
급부상하고 있다.

자바로 버전을 바꾼 것은 세계시장을 겨냥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미국 뉴욕에서 자본금 20만달러의 "커머스 21"이라는 독립법인을
설립했다.

미국 진출의 교두보를 만든 셈이다.

박 사장은 조만간 미국 벤처캐피털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후 나스닥에
상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12월 2일에는 일본의 3~4개 회사와 합작형태로 "커머스 21 재팬"을 만든다.

이미 미국과 일본에 대한 시장조사를 통해 충분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미국은 인터넷의 새로운 시장이 가장 먼저 창출되고 고객의 요구를 가장
앞서 알 수 있는 곳입니다. 최고의 기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토양이기도
하지요. 특히 하나의 히트상품만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는 곳입니다"

박 사장이 미국시장에 집착하는 이유다.

박 사장은 국내에서 일으킨 "커머스 21"의 돌풍을 태평양 건너 미국시장에서
재현한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 김태완 기자 tw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