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철 <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 >

인터넷 시대가 왔다.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터넷을 단순한 정보창고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는 여러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인터넷은 우선 정보통신혁명이다.

과거엔 정보가 일정한 시차를 두고 전달됐다.

따라서 기업은 이같은 시차에 따르는 불확실성에 늘 대비해야 했다.

예비인력과 예비설비를 준비해야 했던 것이다.

특히 시차를 두고 제공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기를 예측하고 경영전략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각종 정책이 한 박자씩 처지기 쉽다.

경기가 살아날 때는 투자가 집중돼 중복투자가 일어나고 경기가 하락할 때는
투자가 과도하게 감소하는 소위 "양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정보통신혁명은 이같은 시차를 극복해 경기변동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인터넷은 또 유통혁명이다.

한국에서는 공장도가격과 소비자가격이 동시에 표기된다.

둘 사이의 가격차로 유통마진이 발생한다.

그러나 소비자와 생산자가 직접 대면하는 인터넷을 통해 유통과정이 축소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물류비용뿐 아니라 소비자가격을 낮추는 변화를
추동한다.

유통과정이 줄어듦으로써 중소기업이 활약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진다.

생산자가 소비자의 욕구(needs)를 발빠르게 인식해 다양하고 독특한 상품을
공급하는 틈새시장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욕구 변화에 맞춰가려면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조직을 유연
하게 재편할 수 있는 중소기업이 유리하다.

인터넷은 이밖에 컴퓨터 디지털 네트워크 등 신산업을 의미한다.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컴퓨터가 필요하다.

그 다음으로 프린터 모니터 등 컴퓨터 주변기기와 반도체 모뎀 기판 등의
각종 전기전자 부품이 필요하다.

그리고 컴퓨터간(inter) 연결망(net)인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이 네트워크에 전선 송신소 수신소 등의 통신기기들이 따라붙는다.

이처럼 모든 기반설비들이 갖춰진 뒤에야 비로소 인터넷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다.

인터넷 사용자가 급격히 늘어나면 인터넷 정보통신 반도체 디지털산업 등
각종 신규사업에 종사하는 기업도 호황을 누리게 된다.

경제 전체도 이들 산업을 중심으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급성장할 것이다.

올해 코스닥시장에서 특히 인터넷.정보통신업체들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투기적인 요소가 끼어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앞서말한 인터넷.
정보통신 혁명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나스닥 시장도 지난 70년대 설립 초기에는 누적 거래대금 성장률이
연평균 10% 내외에 불과했다.

그러나 80년에 거래대금 성장률이 83%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블랙먼데이
(Black Monday) 가 있었던 87년 이전까지 거래대금 성장률은 연평균 37%에
달했다.

코스닥시장이 올해와 같은 급성장세를 지속할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있다.

하지만 인터넷.정보통신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양적 질적으로 내실있는
시장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인터넷은 급격한 변화의 원인이자 결과로서 정보통신혁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도구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