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은 다소 썰렁한 정도이지만 채권시장은 아예 한겨울이다"

24일 오전 한 시장참가자가 내뱉은 말이다.

채권매수세력이 실종된채 호가만 오르는 악순환이 시작됐다는 의미다.

시장참가자들의 이런 심리를 반영, 이날 회사채수익률은 전장 한때 연 10%를
넘었다.

후장들어 정부가 한자릿수 금리유지방침을 강하게 천명하고 나섬으로써
금리상승세는 한풀 꺾였지만 금리불안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왔다갔다하는 정부정책, 국제유가의 오름세, 경기의 과열기미에 따른 금리
기대 심리확산, 투신사 수익증권 환매증가 등 금리를 자극할 요인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채권시장안정기금이 다시 적극적인 채권매입에 나설
경우 금리는 당분간 연 9%대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채권매입을 중단할 경우
언제든지 다시 튀어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금리급등 배경 =경기과열우려가 포괄적 요인이다.

지난 3.4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12.3%에 달한 것으로 발표되면서
물가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국제유가마저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물가불안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정부와 한국은행은 인플레에 선제적으로 대처키 위해
내년 금리를 인상할 방침임을 시사하고 나섰다.

내년에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자 시장참가자들은 급격히 몸을 사렸고
채권매수세력은 일시에 실종됐다.

매수는 없고 호가만 오르는 현상이 요 며칠 계속됐다.

수급악화와 채권시장안정기금의 소극적 자세도 금리를 부추겼다.

금융기관에 대한 수익증권 환매가 허용되면서 투신사들은 다시 채권을 팔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대 채권매수 세력이었던 은행들은 금리인상 우려와 연말결산에
대비, 회사채 매입을 중단했다.

채권안정기금도 "기금의 역할은 금리안정이 아니라 투신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이라며 시장개입에 소극적으로 돌아섰다.

단기적으론 정부가 지난 23일 연 9.03%는 높은 금리에 1조3천억원어치의
외평채를 매각한 것도 요인이 됐다.

<> 채권안정기금의 전략 =채권시장안정기금은 10조원의 자금을 조기에
조성하는 한편 기금 운용체제를 바꾸기로 했다.

11월들어 투신권의 환매가 예상보다 적고 금융대란의 징후가 나타나지 않아
"관망"으로 일관했던 시장대응 방식을 "적극매수"로 전환키로 했다.

기금은 이를위해 채권의 매수여부, 매입금리 결정 등을 정해 일괄적으로
주문을 내기로 했다.

현재는 각 펀드매니저들이 자산의 재량에 따라서 이를 결정한다.

펀드매니저들은 운용실적대로 평가받기 때문에 공격적인 채권매입을 꺼리고
있는게 현실이다.

기금은 또 정부가 적정금리로 생각하고 있는 회사채 수익률 연 8~9%를
맞추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백경호 기금 운용부장은 "회사채 수익률 기준으로 연 10%의 금리는 다소
높다는게 기금의 분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를 시장에 효율적으로 알리기 위해 당분간 다소 공격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금리전망 =정부가 이날 채권시장안정기금을 10조원 추가조성키로 하는
등 다시 금리안정을 위한 창구지도 방침을 들고 나와 상승세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시장참가자들은 적어도 올해까지는 한자릿수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해 당분간 회사채수익률은 연 9%대에서 횡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금리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채권시장안정기금 10조원 추가조성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인데다 근본적인
수급불안이 해소된게 아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투신사에 대한 환매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다 은행들
마저 회사채를 외면하고 있어 회사채 수요기반을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한 금리불안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 금리정책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천명하지
않는한 금리는 순식간에 두자릿수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 하영춘.박준동 기자 hayou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