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가 여전히 힘차다.

지난 3.4분기(7-9월)의 5.5% 경제성장률은 예상밖의 고성장이다.

지난달의 임시집계치(4.8%)보다 더 올라갔다.

20여년만의 최고였던 작년 4.4분기의 5.9%에 거의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젠 힘이 부칠때도 됐다는 세간의 평가와는 영 딴판이다.

미국같이 고도로 성숙된 선진경제에서는 성장률이 3%대만 돼도 높다.

그런데 5.5%나 성장했다.

여기에는 지난달부터 미국의 경제성장률 산정방식이 바뀌어 성장률이 다소
과대평가된 측면도 있다.

그렇다해도 미국의 "신경제"(New Economy, 저물가.고성장)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 2.4분기 성장률이 1.9%로 급락했을때 "미경제도 맛이 가고 있다"는
우려섞인 비아냥이 많았다.

특히 신경제를 비판하는 일부 경제학자들은 "신경제는 허구"라고 외쳤다.

비판론자의 대표격인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당시 미경제의 호황이
끝났다고 단언했다.

성장률도 떨어지고 물가도 불안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진단은 빗나갔다.

성장률은 높아지고 물가는 떨어졌다.

인플레 추세를 가장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GDP(국내총생산) 디플레이터(경상
GDP/기준연도의 불변 GDP)는 3.4분기중 1.1%를 기록했다.

2.4분기의 1.4%보다 낮아졌다.

신경제의 빛이 더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3.4분기의 고성장으로 미경제는 93개월 연속 성장, 평화시의 최장 경기확장
기록을 깼다.

또 지난 10월 실업률은 4.1%로 70년 1월이후 가장 낮다.

이같은 신경제의 원동력은 정보기술(IT) 산업의 발전이다.

컴퓨터화에 의한 공장자동화 등으로 노동생산성이 향상돼 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었다.

생산성 신장과 더불어 전자상거래 확산으로 상품판매가격이 하락, 신경제가
태동할수 있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신경제의 어머니격인 정보기술발전 덕에 첨단업종을 중심으로 한 주가에도
날개가 달렸다.

첨단업체들이 주로 상장된 나스닥증시의 주가지수는 이날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날보다 77.63포인트(2.3%) 급등한 3,420.5로 올들어 56%나 뛰었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도 12.54포인트(0.1%) 오른 11,008.17로 올들어 2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신경제다운 증시활황이다.

미국 신경제는 최소한 연말까지는 지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현 4.4분기 성장률도 5%를 넘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에도 지금같은 저물가.고성장세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저물가는 가능하겠지만 4% 이상의 고성장은 어려울 것 같다.

미국이 최근 3차례 실시한 금리인상의 효과가 내년초부터 가시화돼 성장률
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통 금리인상 영향이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까지는 3~5개월이
걸린다.

성장률이 낮아지더라도 2~3%의 성장세는 무난할 전망이다.

따라서 내년에도 저물가.중간성장의 "준신경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로버트 고든 노스웨스턴대 경제학교수 같은 신경제비판론자들은
여전히 신경제는 환상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연평균 2%가 넘는 90년대의 생산성향상분중 3분의 1은 측정오차이고 다른
3분의 1은 경기순환에 따른 향상분이라는 것이다.

나머지 3분의 1만 정보통신산업 발전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신경제는 수치상의 환각 일뿐이라고 반박한다.

증시와 소비가 과열돼 있는 버블경제라는게 비판론자들의 주장이다.

< 이정훈 기자 leeho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