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시인의 사회"는 복잡미묘한 청소년의 심리를 꿰뚫는다.

엘리트교육의 산실인 웰튼아카데미고교의 엄격하고 까다로운 학칙에도
불구하고 남학생들은 한밤중 몰래 모여 여자누드 사진을 보며 키득거린다.

TV드라마 "학교"의 주인공들 역시 10대후반 특유의 호기심과 자유에 대한
열망으로 힘겨워 한다.

방황은 성장기의 특권이고 고민과 상처를 통해 성숙하는 것이 청소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는 이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감싸주는데 인색하다.

분위기에 휩쓸리기 쉬운이들을 보호하고 제길로 인도하기는 커녕 무차별
광고로 소비를 강요하거나 어른흉내를 내도록 유혹한다.

고3 남학생의 흡연비율은 41.6%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은 이런 풍토와
무관하지 않다.

연간 10만명이상 가출하고 청소년범죄는 해마다 1백50% 가까이 늘어나며
그가운데 특히 14~17세의 범행이 급증하는 세태 또한 성장세대를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인천 호프집 화재사건을 계기로 서울시가 내놓은 ''청소년보호
특별종합대책''은 주목할 만하다.

19세미만에게 술을 팔면 업주는 물론 건물주도 처벌하겠다거나 청소년들이
놀이공간으로 콜라텍과 게임방을 혼합한 유스텍을 마련하겠다는 방침 모두
획기적이다.

전국 67곳에 지정된 레드존(청소년 통행금지구역)을 재조정, 제대로
관리하겠다는 것도 눈길을 끈다.

청소년문제는 사실 뾰족한 해결책을 세우기 어렵다.

아이들의 비행은 때로 의도된 것도 있지만 대부분 단순한 호기심과
또래집단 모방에서 비롯된 통과의례적 행동인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더욱이 고교나 대학 미진학생에 대한 진로지도가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서
수립하는 보호책이란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렇더라도 청소년을 유해환경에서 차단하는 일은 중요하다.

레드존을 지정해놓고도 지역상인들의 이해때문에 어물쩡 모른체하는 식에서
벗어나 지속적으로 엄정하게 법을 집행할 때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일회성 단속은 자칫 또다른 비리만 낳을 수 있다.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은 n세대 모두에게 셰익스피어 "햄릿" 2막 2장의
대사를 들려줘야 함은 물론이다.

"나는 잣알갱이 속에 갇힐 수도 있고 나자신을 무한한 공간의 왕으로
여길 수도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