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벤처가 더이상 발붙일 수 없을까.

중기청이 28일 발표한 벤처기업 확인요령 개정안은 사이비벤처의 입지를
좁히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이비벤처란 기술력 없이 무늬만 벤처로 위장한 채 정책자금 대출이나
코스닥등록을 통해 한몫 잡으려는 기업을 뜻한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이들을 솎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벤처기업 확인요건중 일부에 대해서만 손을 댔기 때문이다.

이번에 지정요건을 강화한 부분은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거나 특허로 매출을
올린 경우다.

벤처캐피털 투자기업은 전체 벤처기업(4천5백여개, 10월말 기준)중 18.1%
(8백17개)에 불과하다.

<> 엄격해진 벤처기업 확인요건 =창업투자회사나 신기술금융사와 같은
벤처캐피털에서 투자받은 기업은 벤처기업으로 지정받을때 요건이 하나 더
늘었다.

설립한지 7년 이내여야 하고 신주매각시에만 인정받는다.

일부 벤처캐피털과 기업이 짜고 투자증명서를 조작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

그러나 <>매출액의 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거나 <>벤처기업 평가기관
에서 우수기술로 평가받는 경우 <>특허 및 신기술개발로 거둔 매출이 총
매출의 50% 이상인 경우에는 업력제한이 없다.

특허를 사업화한 제품의 매출액이 전체 매출액의 50% 이상일때 벤처기업
으로 지정받는 요건도 강화됐다.

특허 없이 특허실시권만 있어도 벤처기업으로 지정해 줬으나 실시권을
인정해 주지 않기로 했다.

1개의 특허를 수십개의 특허실시권으로 쪼개 수십개의 벤처기업을 만드는
사례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 사이비벤처 사라질까 =이번 조치로 사이비벤처가 어느 정도 없어질지는
예측키 어렵다.

다만 전체 벤처기업중 10%선에 이를 것이라는게 업계의 추산이다.

중기청이 최근 모든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를 통해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 8월말 기준으로 4천8개 벤처기업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지만 3백15개사
에 대해서는 조사를 못했다.

서울중기청 관계자는 "사무실을 바꾸거나 휴폐업한 업체들 때문에 조사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사이비벤처가 본격적으로 정리되는 시기는 연말부터다.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7백30개 벤처기업에 대해 일제히 이 요건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유효기간이 끝나지 않은 벤처기업들에 대해서도 6개월마다 재심사를
받게돼 내년 상반기중 이번 조치로 사이비벤처기업이 어느 정도 걸러질
전망이다.

<> 과제 =업력제한을 벤처캐피털 투자기업에 적용시킨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중기청 관계자는 이에대해 "차츰 모든 벤처기업 지정에 업력제한을 둘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업력제한에 대해 또 다른 규제라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벤처기업의 건전성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
있다.

사이비벤처를 조장하는 불순한 투자자들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코스닥등록을 통해 차익을 챙기려는 부실 벤처캐피털이나 일부 회계사와
증권사에 대한 종합적인 견제장치가 빠져 있다.

올들어 엔젤(개인투자자) 투자가 붐을 이루는 등 벤처투자의 대중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사이비 벤처기업을 방치할 경우 2~3년후 투자자의 손실로 이어질게 뻔하다.

자칫 벤처산업의 기반까지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벤처기업에 대한
종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오광진 기자 kjo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