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대우 계열사간 자금거래에 의혹이 제기
되고 있다.

증빙서류 없이 이뤄진 자금거래가 적지 않은 데다 수출관련 대금 사용처가
불분명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주)대우의 자산부채 실사작업을 맡았던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28일
"대우 계열사간에 거래가 이뤄진 채권채무액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며 "서로 맞지 않는 금액이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러
확인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은 대우그룹이 자금난에 몰리면서 이곳저곳에서 돈을 끌어다 메우다
보니 증빙서류 없이 거래가 이루어진 사례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그룹 모회사 역할을 했던 (주)대우를 중심으로
자금을 일괄 조달한 후 돈이 모자라는 회사에 배분하는 방식으로 메웠다"며
"급한 상황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다 보니 거래내역이 분명하지 않은 것들도
많다"고 말했다.

외상수출어음(DA) 할인 자금을 다른 용도로 쓴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쌍용자동차가 (주)대우를 통해 자동차를 수출한 대가로 받은 DA를 (주)대우
가 할인받아 임의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우자동차의 경우에도 (주)대우를 통해 해외 현지법인이 판매한 자동차
수출대금이 대우차로 입금되지 않고 중간에 사라져버린 경우도 드러났다.

제일은행 관계자는 "(주)대우는 수출대가로 받은 DA를 할인해 다른 계열사
에 지원하거나 해외 현지법인 투자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외
에서 물품대금을 받으면 DA 할인자금을 상환하는데 써야 하는데 일부를 다른
곳에 써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계열사에서는 담당임원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자금거래가 이뤄진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대우 계열사간 자금거래에서 분식회계처리나 자금유용에 대한
혐의가 밝혀질 경우 관련 당사자들은 민.형사상 처벌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의혹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채권단 문제가 일단락되고 워크아웃 약정(MOU)을 체결한 이후 사법처리
문제를 본격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 현승윤 기자 hyuns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