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관생산업체인 신호스틸은 지난 94년1월 모기업(신호그룹)의 부도로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회사가 존폐위기에 몰리자 온갖 루머가 떠돌았고 근로자들은 하나 둘씩 회사
를 떠났다.

당장 급한 것은 회사를 살리는 일이었다.

채권단과 법원이 법정관리를 받아들이는게 최우선 과제였다.

채권단부터 설득했다.

신호스틸 노사는 부도난지 두달여만인 94년 3월 "구사결의대회"를 열고
노사화합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이 자리에서 퇴직금 누진제 폐지를 전격 선언했다.

임금도 동결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그해 5월에는 인천시로부터 산업평화대상을 받았다.

간간이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은 있었지만 사측이 강제로 내보낸 근로자는
한명도 없었다.

94년 12월에는 채권단의 양해를 얻어 법정관리에 들어가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회사 노사는 95년초 인천지역에서는 드물게 노사화합결의대회를 열었다.

96년에는 이 지역에서 처음으로 "무교섭 임금협상 타결"을 선포했다.

새로 회사를 맡은 관리인은 분기별로 전 종업원을 모아놓고 경영실적을
설명했다.

법정관리를 받다보니 임원 급여내역까지 공개할 정도로 감출 것이 없어졌다.

"IMF 경제위기"로 일감이 줄었을 때는 노사합의로 작업시간을 하루 10시간
에서 9시간으로 줄였다.

외주를 주던 작업을 자체인력에게 맡기고 그래도 안되면 직업훈련을 시켰다.

회사측은 올들어 퇴직보험이라는 "선물"도 안겨줘 근로자의 불안감을
없앴다.

반납했던 상여금(2백50%)도 원상회복시켰다.

노조측도 올해 임단협을 회사측에 일임했다.

생산성향상과 원가절감을 위한 "NVC(신가치창조)" 운동을 스스로 펼쳤다.

신호스틸은 부채를 제외하고 올해의 순수한 경영실적만 따지만 흑자를 내고
있다.

지난 5월 모그룹에서 계열분리돼 독자회생의 길을 걷고 있다.

경영여건도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동안 경제위기 탓에 많은 경쟁업체들이 사업을 포기했다.

덕분에 이회사의 생산.판매량은 작년보다 15% 가량 늘었다.

당초 목표였던 생산 38만t, 매출 2천1백억원을 초과달성할 전망이다.

신호스틸은 현재 3만5천여평의 공장부지를 아파트부지로 팔고 공장을 이전,
구조조정을 이룬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 인천=이건호 기자 leek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