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강만길(66) 고려대 명예교수가 역사비평집 "21세기사의 서론을
어떻게 쓸 것인가"(삼인, 9천5백원)를 펴냈다.

주로 지난 96년 이후 잡지나 신문에 기고한 글들을 묶은 것이다.

지난 40년 넘게 한국사를 연구해온 진보적 역사학자로서의 안목과 경륜이
배어 있다.

1부에는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기 위한 글들을
실었다.

식민지 경험과 분단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21세기에도 반복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강 교수는 서울대 이태진 교수가 주도하는 "고종과 대한제국 되살리기
운동"을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한다.

일본의 극우세력을 비롯해 국내 학계 일각에서 일제 식민지배가 한국
근대화에 이바지했다고 주장하는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하고 있다.

2부에서 강 교수는 한국 역사의 최대 과제인 남북통일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한국사에 있어 가장 큰 민족사적 질곡은 남북분단"이라며 월남식
무력통일이나 독일식 흡수통일이 아니라 남북한이 평화.호혜.대등의 원칙에
입각해 "한반도식의 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역설한다.

3부에서는 통일 문제를 다루는 역사학 자체의 방법론을 다루고 있다.

그는 분단체제에서 역사학이 나아가야 할 길로 남과 북을 아우르는 "하나로
된 현대사"를 주창한다.

마지막 4부에는 21세기 민족사와 세계사의 향방을 내다보려 한 글들을
모았다.

강 교수는 "21세기에는 현재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자유주의에 대응하는
새로운 체제가 성립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는 민족국가의 권력은 약해지겠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며
국가간의 벽을 뛰어넘는 공동체적 결속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세계사가
나아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 강동균 기자 kd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