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시애틀에 가기 전부터 잠을 제대로 못이뤘다.

30일 시애틀에서 막이 오르는 "뉴라운드" 통상협상의 한국팀 대표단장인
그는 협상전략을 최종 마무리 하느라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

개인적으로 친한 피셔 USTR(미국무역대표부) 부대표를 통해 미국 의도를
떠보고 일본과는 수시로 공동보조를 다져야한다.

농산물협상의 든든한 파트너로 생각해온 유럽의 자세가 바뀌고 있다는
제네바 현지 보고를 받고서 농림부와도 대응방안을 논의해야한다.

농림부뿐만 아니라 재정경제부 농림부 해양수산부 산업자원부등 대외경제
문제가 걸려있는 모든 부처들과 업무조율을 해야한다.

부처이기주의로 무장한 이들을 상대로 한 목소리를 이끌어 내는 작업은
대외협상보다 몇배나 더 힘들다.

게다가 농민과 시민단체들의 주장도 들어야 한다.

한 본부장은 현역 관료중에서 최고 통상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하버드대학 경제학박사 출신답게 "열린경제"의 신봉자다.

한국의 처지에서 이 길 이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는 것이 지난 82년 상공부
미주통상과장 시절부터의 소신이자 철학이다.

개방정책의 집행자인 한 본부장 뒤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확실한 신임이
있다.

개인적인 신임이라기 보다 대외경제관이 일치한다.

한 본부장은 뉴라운드 준비작업이 본격화된 지난달부터 농민단체 소비자단체
등 시민단체 대표들과도 직접 만나 설득과 논리대결을 벌여왔다.

언짢은 소리도 많이 들었지만 개방소신파답게 흔들림이 없다.

그런 한 본부장도 요즘은 어깨가 너무 무겁다고 느끼는 것같다.

다음 세기 교역질서를 새로 짜는 이번 통상협상에서 한국은 대외경제좌표를
분명하게 설정해야한다.

UR때처럼 개도국이란 핑게로 "억지"를 부릴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대표단은 국내 농수산물시장을 사수하면서 공산품관세
인하와 반덤핑남용방지등 우리 실익을 챙기는 "이중플레이"를 해야한다.

그는 시애틀에선 한 숨도 못잘 것같다.

< 시애틀=이동우 기자 leed@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