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새벽 3시.

미래산업 권순도 이사의 머리맡에 있던 핸드폰이 힘차게 울렸다.

미국 법률회사 스캐든 압스 소속 변호사의 목소리가 단잠을 깬 권이사의
귀를 때렸다.

"상장됐습니다"

미래산업이 나스닥에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작년 매출 1백71억원, 종업원 3백60명의 중소기업이 굴지의 대기업도 힘겨워
하는 나스닥에 올라선 것.

미래산업이 나스닥 상장을 추진한 것은 지난 7월부터.

세계 무대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아보자는 뜻에서였다.

권이사 정미리팀장 등 3명으로 준비를 시작했다.

이들은 자신의 고유업무로 매우 바쁜 사람들.

나스닥에 대해 아는 것도 없었다.

낮에는 자신의 업무를 처리하고 일과후에 다시 모여 나스닥을 연구하고
상장방안을 토의했다.

주간사회사와 법률회사를 선정했다.

미국과의 통화때문에 새벽별을 보고 퇴근하는 일이 잦았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1~2년씩 준비하는 나스닥에 불과 4개월만에 초고속
상장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내용이 투명했기 때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미국 변호사들을 통해 미래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품질수준 납기준수여부를 비롯해 평판 신용도 등을 샅샅이 조사했다.

미래산업 자체보다는 거래처를 통해 정보를 수집했다.

또 미래산업의 회계처리가 미국기준에 맞는지, 감사위원회는 내부 임원보다
사외이사가 더 많은지 등도 파악했다.

여기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물론이다.

까다로운 기준을 이미 대부분 충족하고 있었던 것.

정문술 사장의 지론인 정도경영 운리경영이 나스닥에 쉽게 상장시킬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한 셈이다.

상장하자마자 한국내 주식거래가격보다 15~20%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은 회사의 성장성과 잠재력을 해외투자자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다.

테스트핸들러를 비롯한 반도체장비와 로봇장비를 만드는 미래산업은 미국의
쿼드로부터 내년말까지 6천7백만달러의 주문을 받는 등 한국보다는 외국기업
으로부터 기술력을 더 인정받고 있다.

전체 직원의 절반에 이르는 연구원들이 밤낮을 잊고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데
따른 것.

올들어 설립한 자회사인 라이코스코리아와 소프트포럼을 통해 인터넷사업과
전자상거래관련 보안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등 고속성장하고 있다.

동원경제연구소는 미래산업의 매출을 올해 6백50억원, 내년 1천6백50억원
으로 급신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순이익은 올해 1백60억원, 내년 3백25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산업은 내년초에는 나스닥을 통해 1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다.

한국증시와 나스닥에 동시 상장한 최초의 업체가 된 미래산업.

이 회사는 작아도 강한 기업은 세계 무대에서도 얼마든지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만하다.

(0417)554-5070

< 김낙훈 기자 nh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