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미국 경제의 견고함이 다시 확인된 한 주였다.

2주전 미국 상무부는 새로운 국가계정 계산방식을 통해 카터 행정부 시절
연평균 0.8%의 성장세를 보였던 생산성 증가율이 레이건~부시 시절 1.6~1.7%,
그리고 클린턴 시절 2.1% 등으로 계속 높아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런 추세는 지난주에 발표된 3/4분기 경제성장률, 5.5%에서도 확인됐다.

고도성장 속에서도 3/4분기 미국 물가는 안정된 상태를 유지했고 수입증가율
도 크게 낮아졌다.

파이낸셜타임즈와 함께 5년여 전부터 1930년대 식 미국 경제 불황 재발을
예고해 왔던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주 미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호황을 누릴
가능성이 있음을 일부 인정했다.

미국 경제 호황은 앞으로도 한 10년간은 더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는 대형 천재지변이라든지 세계대전 또는 중국이나 일본의 개혁실패
에 따른 갑작스런 경제파탄 등 돌발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경우다.

또 세계 경제의 암초 격인 공적연금부실 문제가 잘 해결돼야한다는 것도
전제조건이다.

이런 가정 아래 미국 경제는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 낙관적이다.

첫째는 본질적으로 단층적인 기술혁신 과정이다.

이는 1959년 "합리적 기대가설"을 처음 주창해 현대경제학의 새 지평을
열었던 존 뮤스 전 인디애나대 경영학과 교수가 1986년 발표한 "탐색이론"이
잘 설명하고 있다.

그는 여기서 개별 산업분야에서 나타나는 수확체감의 현상과 언뜻 이와
모순된 것처럼 보이는 인류 전반적 기하급수적 생산성향상을 일관된 틀로
설명했다.

즉 개별 시스템에서의 생산성향상이 기술 및 경영방식의 진화에 따른
것이라면 인류역사 전체의 생산성향상은 획기적 혁신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 둘은 경쟁관계를 유지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진화적 기술체계가 갑자기
붕괴되며 새 혁신기술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

그런데 혁신은 이를 가능케 하는 여러 하부 기술혁신이 모두 완결될 때
비로소 수확으로 이어진다.

예를들어 증기선이 1810년대 발명되고도 이것이 범선을 대체하기까지
100년이 걸린 것은 운송화물에 따른 선박의 특화된 설계가 변경되는 데
그만한 세월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또 제철업계에서 베이직 옥시즌 제철기술이 1870년대 나오고도 100년후에나
범용화 된 것은 액화산소 대량제조법이 1920년대 후반에야 완결됐기 때문이
었다.

마찬가지로 몇 십 년 전부터 지속돼 온 정보통신혁명은 최근에 와서야 모든
현실적 난관이 해결돼 본격적으로 생산성이 향상되고 있다.

둘째는 상호작용의 경제학과 네트웍 경제학이다.

상호작용의 경제학은 무슨 일이나 노력의 상당부분이 자료 수집, 하부 사업
상호조정, 진행과정 모니터 등 상호작용관리에 쓰이는 점에 주목한다.

맥킨지컨설팅사는 바로 이런 상호작용 업무가 미국 총 경제 활동량의
3분의 1 가량 된다며 인터넷혁명이 바로 이 상호작용분야에서의 획기적
생산성 향상을 초래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네트웍 경제학은 네트웍에 참가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생산활동이 가속적
으로 늘어나는 사실에 주목한다.

즉 이 세상에 인터넷에 연결된 사람이 두 사람이어서 이들간의 생산활동이
1이라고 한다면, 네트웍 참가자가 셋, 넷, 다섯으로 늘면 이들간의 생산활동
은 3,6,10 등으로 가속적으로 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 참가자의 급증은 인터넷 종주국인 미국 경제의 수확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을 뜻한다.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요인은 부머노믹스다.

즉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미국의 경우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베이비부머(1946-1964년 사이 출생자)들이 현재 생산성 면에서나
소득 면에서 인생 최고의 황금기를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해서는 국내에서도 "미국 경제를 알아야 성공이 보인다"는 책으로
소개됐지만,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미국 경제의 20년 장기활력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바로 이 모든 설명은 대략 10년 후 오늘날의 호황이 갑자기 멈출 수
있음을 아울러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 전문위원 shindw@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