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소자본창업 : (나의 창업일기) '정미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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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른 걸음'' 정미영씨 ]
"남의 전화를 대신 받아줍니다. 하지만 이건 남의 일이 아니라 제 일이지요"
정미영(26)씨는 전화 메모를 빠뜨리는 실수 따위는 해본 적이 없는 꼼꼼한
여비서다.
그리고 불황의 틈새를 노려 창업에 성공한 어엿한 사장이기도 하다.
업종은 전화비서 대행업, 상호는 "빠른 걸음"이다.
사무실 없이 사업을 하거나 잦은 외근 때문에 사무실을 비우는 일이 많은
비서 없는 오너들을 위해 전화를 대신 받아주는 것이 그녀가 하는 일이다.
전화대행을 의뢰한 회사는 정씨의 사무실에 각각 하나씩 전화기와 전화번호
를 배정받고 외출할 때마다 그 번호로 착신 전환해둔다.
그러면 정씨가 이들 대신 전화를 받아 메모를 전달해주는 것이다.
평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엔 오후 1시까지 전화를
받아주고 한달에 7만원씩 받는다.
정씨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IMF체제이후 사무실을 빼고 나가는 임대자가 늘어서 시내 오피스텔들이
썰렁해진다는 기사를 접한 후였다.
사무실은 비어나가기 시작하지만 이들이 모두 사업을 그만둔 것은 아닐 테고
사무실 규모를 줄이거나 무점포사업으로 전환했으리라 생각한 정씨는 전화
비서대행업이라는 아이템을 생각해냈다.
남들은 한껏 위축되어 있던 불경기에 정씨는 오히려 사업을 벌인 것이다.
이같은 무모함에는 전화비서대행이라는 사업 아이디어가 좋아보였던탓도
있지만 전적으로 그녀의 성격 때문이다.
"원래 제가 그래요. 나서서 리드하는 걸 좋아하고 적극적이에요. 그래서
직장생활보다는 제 사업을 하고 싶었죠"
여상을 졸업한 후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이런 정씨에게 고졸여직원 생활이
만족스러울리 없었다.
시키는 대로 단순한 일만 하면 끝이었다.
승진은 둘째치고 정씨의 의견이라는 걸 내비칠 기회조차 없었다.
부서회의를 해도 정씨는 회의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 남아 전화를 받아야
했다.
그래서 과감하게 시작한 일이 지하철 퀵서비스 사업.
지난해 5월 서울 명동의 허름한 빌딩 옥상에 보증금 2백만원짜리 사무실을
얻어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오토바이 퀵서비스에 비해 요금은 적고 배송시간은 오래 걸려 채산성
이 맞지 않았다.
결국 5개월만에 간판을 내려야 했다.
남들같으면 첫사업 실패에 기가 죽어 다시 이력서를 쓰기 시작했겠지만
정씨는 도로 고졸여직원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가진 돈은 없었지만 반짝이는 사업 아이템이 있었고 초라하나마 사무실이
있었기 때문에 정씨는 전화기 15대를 놓고 전화비서 대행업을 새로 시작했다.
홍보가 사업성패의 관건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전화를 받아드립니다"라고
적은 전단지를 만들어 명동 구석구석을 누비며 돌리기 시작했다.
창업박람회나 사업설명회가 열리는 곳도 찾아다니며 회사 알리기에
주력했다.
그리고 전화대행업외에 공동사무실임대사업까지 벌렸다.
그렇게 고군분투한지 넉 달이 지나자 가입업체가 늘었고 매출액이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사무실도 건물 옥상에서 중앙극장 뒤편의 27평짜리로 옮겼고 지금은
전화회선도 40개로 늘었다.
혼자서는 버거울 정도로 일이 많아져 직원 한 명을 둘 정도가 됐다.
한달 평균 매출액은 전화대행수입 3백만원과 공동 사무실임대수입 60만원을
합쳐 3백60만원이다.
여기서 월세 50만원, 통신비 30만원, 인건비 70만원, 기타 운영비 10만원을
제한 순수익은 2백만원 가량이다.
창업비용은 사무실임대료 2백만원과 중고로 구입한 사무용품 3백만원,
기타 집기 1백만원, 전화설치비 1천2백50만원을 합한 1천8백50만원이었다.
"처음에 일을 시작할 땐 다들 저보고 무모하다고 했어요. 어린 나이에 겁도
없다고 했죠. 다행히 이제 자리가 좀 잡혔지만 전화대행만으로는 큰 비전이
없을 것 같아서 다른 활로를 뚫어볼 생각입니다"
정씨가 생각하고 있는 활로는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미래의 유망사업으로
급부상한 텔레마케팅업.
전화로 시작한 사업인만큼 전화와 관련된 아이템으로 승부를 낼 생각이라고
했다.
문의 (02)757-4020
< 서명림 기자 mrs@ked.co.kr >
-----------------------------------------------------------------------
[ 창업하려면 ]
전화대행업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입지 선정이다.
소규모 영세사업자들이 많이 모이거나 이들의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곳이
적지다.
예컨대 서울 명동이나 영등포 공단지역 등이 이에 해당된다.
사무실은 임대료를 최소화하기 위해 서너평 정도의 크기로 시작하는 것이
적합하다.
또 처음에는 전화를 10~20회선만 설치하는 것이 좋다.
전화회선 임대보증금은 10만원짜리와 25만원짜리 두 종류가 있다.
10만원짜리는 나중에 돈을 되돌려받지 못하므로 처음에 좀 부담이 되더라도
25만원짜리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단 창업을 하면 그때부터는 다리품을 파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다.
전단지를 배포하는 등 홍보를 꾸준히 장기적으로 해야 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전화를 받아야 하므로 힘들더라도 그 이전과
그 이후 시간을 활용해 주변의 작은 사무실을 찾아다니며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의 경우 전화대행업을 창업한 사람이 많지만 지방도시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므로 신규 창업자는 지방 광역시지역을 노려볼 만하다.
정씨는 체인점 모집을 생각하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지만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이 있으면 수고비 정도만 받고 창업을 지도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창업과정 일체와 전화응대 노하우, 입지 선정 등을 도와준다.
지방의 경우 3일 정도 출장을 가서 도와줘야 하므로 2백만원, 서울은
1백만원 정도의 컨설팅비를 받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9일자 ).
"남의 전화를 대신 받아줍니다. 하지만 이건 남의 일이 아니라 제 일이지요"
정미영(26)씨는 전화 메모를 빠뜨리는 실수 따위는 해본 적이 없는 꼼꼼한
여비서다.
그리고 불황의 틈새를 노려 창업에 성공한 어엿한 사장이기도 하다.
업종은 전화비서 대행업, 상호는 "빠른 걸음"이다.
사무실 없이 사업을 하거나 잦은 외근 때문에 사무실을 비우는 일이 많은
비서 없는 오너들을 위해 전화를 대신 받아주는 것이 그녀가 하는 일이다.
전화대행을 의뢰한 회사는 정씨의 사무실에 각각 하나씩 전화기와 전화번호
를 배정받고 외출할 때마다 그 번호로 착신 전환해둔다.
그러면 정씨가 이들 대신 전화를 받아 메모를 전달해주는 것이다.
평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엔 오후 1시까지 전화를
받아주고 한달에 7만원씩 받는다.
정씨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IMF체제이후 사무실을 빼고 나가는 임대자가 늘어서 시내 오피스텔들이
썰렁해진다는 기사를 접한 후였다.
사무실은 비어나가기 시작하지만 이들이 모두 사업을 그만둔 것은 아닐 테고
사무실 규모를 줄이거나 무점포사업으로 전환했으리라 생각한 정씨는 전화
비서대행업이라는 아이템을 생각해냈다.
남들은 한껏 위축되어 있던 불경기에 정씨는 오히려 사업을 벌인 것이다.
이같은 무모함에는 전화비서대행이라는 사업 아이디어가 좋아보였던탓도
있지만 전적으로 그녀의 성격 때문이다.
"원래 제가 그래요. 나서서 리드하는 걸 좋아하고 적극적이에요. 그래서
직장생활보다는 제 사업을 하고 싶었죠"
여상을 졸업한 후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이런 정씨에게 고졸여직원 생활이
만족스러울리 없었다.
시키는 대로 단순한 일만 하면 끝이었다.
승진은 둘째치고 정씨의 의견이라는 걸 내비칠 기회조차 없었다.
부서회의를 해도 정씨는 회의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 남아 전화를 받아야
했다.
그래서 과감하게 시작한 일이 지하철 퀵서비스 사업.
지난해 5월 서울 명동의 허름한 빌딩 옥상에 보증금 2백만원짜리 사무실을
얻어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오토바이 퀵서비스에 비해 요금은 적고 배송시간은 오래 걸려 채산성
이 맞지 않았다.
결국 5개월만에 간판을 내려야 했다.
남들같으면 첫사업 실패에 기가 죽어 다시 이력서를 쓰기 시작했겠지만
정씨는 도로 고졸여직원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가진 돈은 없었지만 반짝이는 사업 아이템이 있었고 초라하나마 사무실이
있었기 때문에 정씨는 전화기 15대를 놓고 전화비서 대행업을 새로 시작했다.
홍보가 사업성패의 관건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전화를 받아드립니다"라고
적은 전단지를 만들어 명동 구석구석을 누비며 돌리기 시작했다.
창업박람회나 사업설명회가 열리는 곳도 찾아다니며 회사 알리기에
주력했다.
그리고 전화대행업외에 공동사무실임대사업까지 벌렸다.
그렇게 고군분투한지 넉 달이 지나자 가입업체가 늘었고 매출액이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사무실도 건물 옥상에서 중앙극장 뒤편의 27평짜리로 옮겼고 지금은
전화회선도 40개로 늘었다.
혼자서는 버거울 정도로 일이 많아져 직원 한 명을 둘 정도가 됐다.
한달 평균 매출액은 전화대행수입 3백만원과 공동 사무실임대수입 60만원을
합쳐 3백60만원이다.
여기서 월세 50만원, 통신비 30만원, 인건비 70만원, 기타 운영비 10만원을
제한 순수익은 2백만원 가량이다.
창업비용은 사무실임대료 2백만원과 중고로 구입한 사무용품 3백만원,
기타 집기 1백만원, 전화설치비 1천2백50만원을 합한 1천8백50만원이었다.
"처음에 일을 시작할 땐 다들 저보고 무모하다고 했어요. 어린 나이에 겁도
없다고 했죠. 다행히 이제 자리가 좀 잡혔지만 전화대행만으로는 큰 비전이
없을 것 같아서 다른 활로를 뚫어볼 생각입니다"
정씨가 생각하고 있는 활로는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미래의 유망사업으로
급부상한 텔레마케팅업.
전화로 시작한 사업인만큼 전화와 관련된 아이템으로 승부를 낼 생각이라고
했다.
문의 (02)757-4020
< 서명림 기자 mrs@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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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업하려면 ]
전화대행업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입지 선정이다.
소규모 영세사업자들이 많이 모이거나 이들의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곳이
적지다.
예컨대 서울 명동이나 영등포 공단지역 등이 이에 해당된다.
사무실은 임대료를 최소화하기 위해 서너평 정도의 크기로 시작하는 것이
적합하다.
또 처음에는 전화를 10~20회선만 설치하는 것이 좋다.
전화회선 임대보증금은 10만원짜리와 25만원짜리 두 종류가 있다.
10만원짜리는 나중에 돈을 되돌려받지 못하므로 처음에 좀 부담이 되더라도
25만원짜리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단 창업을 하면 그때부터는 다리품을 파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다.
전단지를 배포하는 등 홍보를 꾸준히 장기적으로 해야 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전화를 받아야 하므로 힘들더라도 그 이전과
그 이후 시간을 활용해 주변의 작은 사무실을 찾아다니며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의 경우 전화대행업을 창업한 사람이 많지만 지방도시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므로 신규 창업자는 지방 광역시지역을 노려볼 만하다.
정씨는 체인점 모집을 생각하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지만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이 있으면 수고비 정도만 받고 창업을 지도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창업과정 일체와 전화응대 노하우, 입지 선정 등을 도와준다.
지방의 경우 3일 정도 출장을 가서 도와줘야 하므로 2백만원, 서울은
1백만원 정도의 컨설팅비를 받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