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전자상거래 육성 보고서 ]

"실업률이 떨어지면 임금은 올라간다."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필립스 곡선 이론이다.

전후 반세기 동안 이 이론은 세계 경제에 정답으로 군림해 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그 "권위"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최근의 예는 지난 5일 미국 노동부의 발표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의 10월중 실업률이 4.1%로 30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는데도 노동자들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단 0.1% 상승에 그쳤다.

필립스 곡선을 무너뜨린 이런 "반란"은 미국 경제에 9년째 저실업과
저인플레, 고성장의 공존이라는 "신경제"를 안겨다 줬다.

당연히 각국 경제학자들은 신경제를 가능케 한 원인 분석에 매달렸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4월 이런 의문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의 제목은 "떠오르는 디지털 경제."

이 보고서의 결론은 미국 경제의 9년 호황이 정보 기술(IT)의 획기적인
발전에 기인한다는 것이었다.

상무부는 우선 IT를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통신장비와 서비스 및
관련 도구와 관계있는 산업"으로 정의했다.

이들 IT 산업이 저변을 넓혀나가면서 기존 경제 운영 체계에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왔다는 게 보고서의 주 내용이다.

예컨대 95-98년 기간중 IT 관련기업들이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한
비중은 8%에 불과했던 반면, 경제 성장에 대한 기여도는 35%에 달했다는
것이다.

또한 96-97년중 IT 기술에 의한 산업 전반의 생산성 향상으로 평균 물가가
0.7% 포인트 낮아지는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가 더욱 주목하는 것은 IT가 안겨다 줄 미국 경제의 "미래"다.

오는 2006년에는 미국 노동인구의 절반 이상이 직간접적으로 IT와 연관된
분야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특히 인터넷 등 전자상거래의 확산이 향후의 미국 경제에 한층
획기적인 진보를 가져다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5월 기준으로 전세계의 인터넷 접속 인구는 1억7천1백만명이며, 이중
미국-캐나다 지역이 56.6%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전체 온라인 거래 규모는 2003년에 1조3천억달러로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정부가 이런 전자 상거래를 한층 더 육성하는데 국가 전략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이달 말부터 내달 초에 걸쳐 시애틀에서 열릴 제3차 WTO 각료회의의 주요
의제로 전자상거래 및 이와 관련된 정보통신 제품에 대한 세계적인 관세
철폐를 제시하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인 셈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