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정직이 최선의 정책 .. 박영배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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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사회는 그 지긋지긋한 불신의 질병을 앓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과도기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인가.
후자라면 다행이겠지만 전자라면 절망이다.
전국은 온통 "옷 로비"사건으로 연일 끓어오르고 있다.
실패한 로비로 결론을 내렸던 고급 옷 사건이, 특별검사 팀의 수사로 하나씩
껍질이 벗겨지면서 급기야는 청와대로 까지 비화됐다.
대통령에게 보고한 비밀문건을 권력핵심부에 있는 사람들이 돌려보고, 그
문건이 피의자에 까지 전달됐다는 사실에 이르러서는 아연 실색할 따름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 나라에 진실이 없다는 점이다.
서로 거짓말을 해대니 누가 누구말을 믿어야 할지 모를 지경이 돼 버렸다.
거짓말 공화국에라도 사는 느낌이다.
옷사건만 해도 그렇다.
연초부터 사직동팀(경찰청 조사과) 내사다, 검찰수사다, 국회청문회다 해서
온 나라가 일년 내내 벌집 쑤셔 놓은 듯 소란스럽기만 하다.
이 사건에 연루된 여인네들은 TV생중계 앞에서도 당당하게 거짓말을 늘어
놓았다.
거짓을 위장하기 위해 감동적인 제스추어도 섞었다.
한 때 "언니" "동생"하며 살갑게 지내던 여인들의 배반은 통 크게도 시청자
들 앞에서 시작됐던 것이다.
국민을 상대로 한 거짓말.
이것이 얼마나 부끄럽고 큰 죄인지를 그들은 정말 무식해서 모르는 것일까.
아니라면 권력과 부의 핵심속에서 살아와 겁이 없는 것일까.
권력처럼 중독이 쉬운게 없으니 중독된 사람들이 무슨 이성이 있을까 하는
측은한 생각 뿐이다.
거짓이 판치는 또 하나의 백미는 폭로전이다.
왠 비밀이 그리도 많은지 야당은 여당을 향해, 여당은 야당을 향해 위협하고
있다.
조준을 끝내고 언제든 사격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터뜨린 "언론문건"은 민생국회의 파행을 가져왔고,
장외집회로 여야는 첨예하게 맞섰다.
정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문제로 국회는 또 한번 요동을 칠 전망이다.
요즘와선 점입가경이다.
고문기술자 이근안이가 도피기간중 경찰서를 돌며 대공수사 기법을 강연했다
느니, 간첩죄로 복역한 서경원 전의원이 자신의 밀입북을 통일운동이라느니
하는 정말 이해못할 일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폭로와 의혹만 있고 진실은 감춰져 있으니 말이다.
이 건에 국한해서 본다면 진실을 밝히기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근안의 강연을 들은 사람이 어디 한둘일 것이며, 서경원씨 통일운동
운운은 대법원 재판기록을 공개하면 금세 들통날 일이다.
진실을 까뒤집기에 어디 구린데가 있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시대의 흐름을 가로막는 그 어떤 세력이 존재해서인가.
소위 기득권층이 내세우기 좋아하는 논리가 "조직의 보호"이다.
연정희씨의 남편인 김태정 전 법무부장관은 검찰조직의 보호를 위해 사직동
팀 보고서의 출처를 밝힐 수 없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조직을 보호한다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
서로 감싸고 공생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한 것이다.
법과 제도아래서 정의를 외쳐야 할 사람들이 궁지에 몰리면 으레 조직을
들먹거린다.
그러나 가장 큰 조직은 국민이라는 사실이다.
국민이라는 조직을 무시하고 자기편의적인 조직을 언급할 때 이는 공복으로
서의 자질을 이미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들은 이제 지겹다 못해 허탈감에 빠져있다.
정책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지 오래다.
거짓말이 역병처럼 번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말을 믿고 따르라"한들 어느
누가 따르겠는가.
정부나 정치권의 말은 "늑대와 양치기 소년"의 허튼 얘기가 돼 가고 있다.
결국 해결책은 신뢰를 쌓는 일이며 여기엔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다.
그런 한편으로 제도를 정비하는 일이다.
힘있는 집단이나 개인이 좌지우지하지 않도록 시스템이 작동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한 선결과제는 기득권층의 의식전환이다.
사회는 투명해져 가고 시민단체들의 감시는 날로 강화되고 있는데 기득권층
은 과거의 낡은 틀에 얽매어 있으니 마찰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물론 지금까지 관행처럼 내려온 국가조직의 역학관계에서 어느 한 순간 칼로
무우베듯 모든 것을 정상화시키기는 어려운 일이다.
헌정 사상 최초로 정권교체를 이룬 국민의 정부는 IMF의 유산을 정리하랴,
과거 수십년의 적폐를 불식하랴 그야말로 눈코 뜰새없는 세월을 보내고 있다.
어찌보면 이 정권의 담당자들은 억울하다고 항변할 수 있다.
과거엔 이만한 일쯤은 눈감아 주지 않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큰 주춧돌을 놓는 장인의 심정이라면
억울해 할 것도 없다.
언젠가 역사가 평가해 줄 것이니까.
< youngba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9일자 ).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과도기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인가.
후자라면 다행이겠지만 전자라면 절망이다.
전국은 온통 "옷 로비"사건으로 연일 끓어오르고 있다.
실패한 로비로 결론을 내렸던 고급 옷 사건이, 특별검사 팀의 수사로 하나씩
껍질이 벗겨지면서 급기야는 청와대로 까지 비화됐다.
대통령에게 보고한 비밀문건을 권력핵심부에 있는 사람들이 돌려보고, 그
문건이 피의자에 까지 전달됐다는 사실에 이르러서는 아연 실색할 따름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 나라에 진실이 없다는 점이다.
서로 거짓말을 해대니 누가 누구말을 믿어야 할지 모를 지경이 돼 버렸다.
거짓말 공화국에라도 사는 느낌이다.
옷사건만 해도 그렇다.
연초부터 사직동팀(경찰청 조사과) 내사다, 검찰수사다, 국회청문회다 해서
온 나라가 일년 내내 벌집 쑤셔 놓은 듯 소란스럽기만 하다.
이 사건에 연루된 여인네들은 TV생중계 앞에서도 당당하게 거짓말을 늘어
놓았다.
거짓을 위장하기 위해 감동적인 제스추어도 섞었다.
한 때 "언니" "동생"하며 살갑게 지내던 여인들의 배반은 통 크게도 시청자
들 앞에서 시작됐던 것이다.
국민을 상대로 한 거짓말.
이것이 얼마나 부끄럽고 큰 죄인지를 그들은 정말 무식해서 모르는 것일까.
아니라면 권력과 부의 핵심속에서 살아와 겁이 없는 것일까.
권력처럼 중독이 쉬운게 없으니 중독된 사람들이 무슨 이성이 있을까 하는
측은한 생각 뿐이다.
거짓이 판치는 또 하나의 백미는 폭로전이다.
왠 비밀이 그리도 많은지 야당은 여당을 향해, 여당은 야당을 향해 위협하고
있다.
조준을 끝내고 언제든 사격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터뜨린 "언론문건"은 민생국회의 파행을 가져왔고,
장외집회로 여야는 첨예하게 맞섰다.
정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문제로 국회는 또 한번 요동을 칠 전망이다.
요즘와선 점입가경이다.
고문기술자 이근안이가 도피기간중 경찰서를 돌며 대공수사 기법을 강연했다
느니, 간첩죄로 복역한 서경원 전의원이 자신의 밀입북을 통일운동이라느니
하는 정말 이해못할 일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폭로와 의혹만 있고 진실은 감춰져 있으니 말이다.
이 건에 국한해서 본다면 진실을 밝히기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근안의 강연을 들은 사람이 어디 한둘일 것이며, 서경원씨 통일운동
운운은 대법원 재판기록을 공개하면 금세 들통날 일이다.
진실을 까뒤집기에 어디 구린데가 있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시대의 흐름을 가로막는 그 어떤 세력이 존재해서인가.
소위 기득권층이 내세우기 좋아하는 논리가 "조직의 보호"이다.
연정희씨의 남편인 김태정 전 법무부장관은 검찰조직의 보호를 위해 사직동
팀 보고서의 출처를 밝힐 수 없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조직을 보호한다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
서로 감싸고 공생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한 것이다.
법과 제도아래서 정의를 외쳐야 할 사람들이 궁지에 몰리면 으레 조직을
들먹거린다.
그러나 가장 큰 조직은 국민이라는 사실이다.
국민이라는 조직을 무시하고 자기편의적인 조직을 언급할 때 이는 공복으로
서의 자질을 이미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들은 이제 지겹다 못해 허탈감에 빠져있다.
정책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지 오래다.
거짓말이 역병처럼 번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말을 믿고 따르라"한들 어느
누가 따르겠는가.
정부나 정치권의 말은 "늑대와 양치기 소년"의 허튼 얘기가 돼 가고 있다.
결국 해결책은 신뢰를 쌓는 일이며 여기엔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다.
그런 한편으로 제도를 정비하는 일이다.
힘있는 집단이나 개인이 좌지우지하지 않도록 시스템이 작동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한 선결과제는 기득권층의 의식전환이다.
사회는 투명해져 가고 시민단체들의 감시는 날로 강화되고 있는데 기득권층
은 과거의 낡은 틀에 얽매어 있으니 마찰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물론 지금까지 관행처럼 내려온 국가조직의 역학관계에서 어느 한 순간 칼로
무우베듯 모든 것을 정상화시키기는 어려운 일이다.
헌정 사상 최초로 정권교체를 이룬 국민의 정부는 IMF의 유산을 정리하랴,
과거 수십년의 적폐를 불식하랴 그야말로 눈코 뜰새없는 세월을 보내고 있다.
어찌보면 이 정권의 담당자들은 억울하다고 항변할 수 있다.
과거엔 이만한 일쯤은 눈감아 주지 않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큰 주춧돌을 놓는 장인의 심정이라면
억울해 할 것도 없다.
언젠가 역사가 평가해 줄 것이니까.
< youngba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