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주식 채권 등 자본시장의 모습이 크게 달라진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시장에서 벗어나 미국 등 선진국 시장 수준으로
모든 제도및 법규가 진일보할 전망이다.

주식거래의 경우 가격제한폭 거래수수료율 진입비용 예탁기관운용 등 모든
분야의 불필요한 규제가 완화되거나 철폐되고 시장자율기능에 맡겨진다.

채권거래도 국고채금리가 대표금리로 자리매김되고 사적연금의 기관투자가의
기능이 강화된다.

또 은행연합회 증권업협회 생보협회 등 각 금융협회의 자율기능이 강화되는
등 시장선진화를 위한 각종 방안이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위원회는 "내년은 시장개혁의 해"라고 분명히 천명했다.

올해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금융구조조정이 완전 마무리되는 만큼
내년엔 시장의 소프트웨어를 국제수준에 맞춰 나가는게 주력하겠다는게
금감위의 방침이다.

<> 시장개혁 배경 =국내 금융시장이 낙후된건 누구나 절감한 일이다.

수익증권 환매가 조금만 늘어나도 채권금리는 물론 주가마저 출렁거리는게
국내 금융시장의 현실이다.

이에따라 채권시장의 대표금리도 의미가 없었고, 주가도 시장의 원리보다는
외부의 충격에 의해 좌우돼 왔다.

이는 올 하반기 대우 사태와 투신사 사태를 겪으면서 절감했던 문제다.

이를 수술하지 않고는 "시장메카니즘"을 거론하는게 창피할 정도라는게
금감위의 판단이다.

뿐만 아니다.

금융의 글로벌화가 진전되면서 외국자본은 물론 외국기업도 수시로 국내를
넘나들고 있다.

두루넷을 비롯 국내기업의 미국증시 직상장도 시작됐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의 경우 미국의 나스닥을 끌어들여 국내
에서도 코스닥시장같은 증권중개회사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증권거래소나 중개회사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리지 않을 경우 국내 자본시장은 고사하고 말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경쟁력 있는 기업은 미국등 해외 시장에 직상장하는걸 선호하는 반면
외국기업의 국내 직상장을 가로막는다면 국내 시장을 찾을 기업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복합적인 원인에서 금감위는 내년을 "시장개혁의 해"로 정했다.

마침 하드웨어라고 할수 있는 금융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있는 만큼 자본
시장의 선진화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구상이다.

<> 시장개혁 방향 =금감위는 크게 세가지 원칙을 세웠다.

시장원리 존중, 창의력 존중, 자율성 존중 등이 그것이다.

그래야만 시장이 선진국 수준으로 발돋움할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를위해서 불필요한 각종 규제와 법규를 과감히 철폐키로 했다.

금융감독원이 움켜쥐고 있는 각종 감독권한도 은행연합회 증권업협회 등
각 금융협회에 과감히 이관, 금융협회가 시장개혁의 중심이 되도록 할 계획
이다.

금감위는 바람직한 시장개혁을 위해선 시장참가자 모두의 사고와 시스템을
바꾸는게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위해 증권거래소 코스닥시장 증권업협회 증권예탁원 증권전산 등을
모두 뜯어 고칠 생각이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개혁의 내용과 방향을 확정짓고 내년 하반기까지는
시장개혁을 완성한다는 일정을 마련해 놓고 있다.

<> 시장개혁의 내용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다.

그러나 시장개혁의 방향에 미뤄 볼때 내용도 어느정도 나와 있다고 할수
있다.

주식거래의 경우 우선 가격제한폭이 단계적으로 완화돼 최종적으론 철폐
된다.

그렇지 않으면 가격제한폭이 없는 외국거래소와 경쟁이 안된다는게 금감위
의 판단이다.

증권사들의 "담합"으로 깨지지 않고 있는 거래수수료율도 실질적으로 자율화
할 계획이다.

조달비용, 거래에 따른 비용 등 상업적 토대에 따라 수수료를 다양화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예탁원과 서울은행 등이 독점하고 있는 증권예탁업무를 활성화하기
위해 예탁기능도 강화키로 했다.

중장기적으론 코스닥시장과 같은 주식중개기관의 복수설립도 자유화, 경쟁
체제를 유도할 예정이다.

또 증권거래소 회원사 납부금 등을 인하, 외국증권사도 자유롭게 회원사로
참여토록 하고 외국기업의 국내직상장도 용이토록 할 방침이다.

채권거래의 경우 대표금리의 유의성확보와 채권수요처개발이 골자다.

현재 대표금리인 국고채 금리의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국채의
장내거래를 적극 유도키로 했다.

이를위해 국채의 대주및 신용을 허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사적연금을 최대의 기관투자가로 육성, 외부요인에 금융시장이 쉽게
충격을 받지 않도록 했다.

또 내년 7월부터는 채권싯가평가제를 전면 실시하고 부실투신사가 나타날
경우 자산부채 이전방식(P&A)으로 정리키로 했다.

금감위는 이밖에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각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과 검사를
강화하고 위규사실이 발생할 경우 처벌을 대폭 강화키로 했다.

< 하영춘 기자 hayou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