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에 대한 엔화가치가 지난주말 1백1엔대까지 다가서는 초강세를 보였다.

29일엔 1백3엔대까지 다소 하락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엔화강세는 기조적이란 분위기가 짙다.

이번 엔화강세와 국내 증시는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을까.

두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수급불안에 눌려있는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
이다.

일본제품과 경합하는 한국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한층 높아져 실적이 크게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엔화가치 급등은 달러가치의 지속적인 하락을 의미, 미국 주가하락으로
연결돼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해석도 없지 않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엔화강세가 한국증시에 큰 호재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 주가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아주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 한국기업 수출경쟁력 향상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엔화강세가 일본의
전반적인 경기회복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일본 정부는 재정지출확대등 대대적인 경기부양 조치를 내놓았다.

경기부양 노력과 펀더멘털 개선에 고무돼 일본 주식시장으로 외국인 자금도
대거 몰려들고 있다.

LG증권의 윤삼위 조사역은 "일본의 경기회복과 엔화강세는 한국기업들의
수출물량을 확대시키고 수출가격 경쟁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무역협회는 달러에 대한 엔화가치가 10% 상승하면 한국의 무역수지가
연간 약 15억달러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뜩이나 원화강세현상으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던 터여서 엔화강세는
이런 불리함을 만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일본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은 약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일본 증시에서 수출기업들의 주가는 이런 점을 반영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 미국 증시 영향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엔화강세로 달러 리스크가 커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엔화급등->달러 리스크 증가->미국 주가하락->미국 경기후퇴->세계증시하락
이라는 시나리오가 그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의 이정호 조사역은 "최근 달러화가 엔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로화에 대해서는 강세를 보이고 있어 달러 리스크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경기의 후퇴조짐에 따른 달러가치 하락이 아니라 일본경제의 펀더멘털
개선을 더 반영한 엔화가치 상승세라고 설명했다.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의 정태욱 이사도 "달러 리스크가 커졌다면 미국이
손놓고 있겠느냐"며 "미국이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 엔화강세를 바로 달러 리스크로 해석할 필요까진 없다"고 밝혔다.

<> 주가전망 =엔화가치 상승이 달러 리스크를 반영하는지 여부는 향후 미국
주가움직임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일단 엔화가치가 급등세를 보인 지난주말 미국 주가는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

박용선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엔화가치가 상승세를 보여도 미국 주가가
안정세를 보인다면 한국 주가에 큰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들도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과 엔화가치 상승으로 인한 한국
기업들의 실적개선에 기대를 걸고 매수규모를 더욱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엔화강세가 주가 재상승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 김홍열 기자 come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