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보는 자성체를 이용해 기록됩니다. 그래서 대용량.고밀도 저장방법
및 장치를 개발하기 위한 자성체에 대한 연구가 미국과 일본에서는 르네상스
를 맞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뒤늦게 관심을 기울이다보니 전문
인력이 여전히 부족한 상태입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성철 교수는 자성체 연구분야에서는 드물게
국제적인 인물로 꼽힌다.

이 분야의 국제학술회의에서 편집인 좌장 조직위원 등을 맡아 활발한 활동
을 하고 있다.

또 지난 96년 이후 지난 1백35편의 논문을 국내외 유명학술지에 게재했고
9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학술회의에서 발표한 논문만도 1백96편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수직이방성"을 갖는 나노자성다층박막이라는 신물질을
만들어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현재 컴퓨터 정보저장은 레이저빛을 기록자성매체에 주사해 정보를 기록
하는 광자기기록기술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이 기술은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플로피디스크보다 1천배 이상 정보
집적밀도가 높다.

이 때문에 정보집적도를 높일 수 있는 자성매체와 기술에 대한 연구가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신 교수가 개발한 나노자성다층박막은 바로 광자기기록기술의 매체로 사용될
신소재다.

이 신소재는 진공상태에서 0.5Å(1Å=1백억분의 1m)의 정확도로 박막두께를
제어해 각 물질들을 나노미터(10억분의 1m) 두께로 증착시켜 만든
것이다.

니켈계(Ni) 다층박막이면서도 고밀도 자기저장장치가 갖춰야 할 "수직
이방성"(원자의 회전방향이 박막면에서 수직인 자기적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기존의 광자기 기록재질에 비해 감도가 2배 이상 뛰어나다.

신 교수는 "나노자성다층박막의 개발로 광자기기록기술의 매체면에서는
유리한 위치에 올라선 것만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드라이브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현재 스핀정보물질 연구단의 단장으로 나노자성체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신 교수는 "궁극적으로 어떤 물질의 정보저장밀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규명하는 연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반도체의 전하를 이용한 전하엔지니어링의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자성체의 스핀(원자의 자전운동.물질이 자성을 갖는 원인)을 이용
하는 스핀엔지니어링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자성체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KAIST와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지난 89년 KAIST 교수로 부임했다.

< 김태완 기자 tw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