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국간 균형적 결과를 도출하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마이크 무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뉴라운드 협상과 관련해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다.

선진국과 선진국간, 선진국과 개도국간에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견 조정"이 주임무인 그의 입장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그렇지만 그는 "새로운 무역질서는 반드시 창출돼야 하며 회원국들이 공통
분모를 찾아내지 않으면 안된다 "고 강조했다.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고 금융위기도 훌륭하게 극복한 한국이 선진국과
개도국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중개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30일 막을 올린 WTO총회와 관련, 한참 준비에 바쁜 무어 사무총장을
시애틀로 출발하기 직전 스위스 제네바 레만호 공원에 자리한 WTO 본부에서
만났다.

< 제네바=강혜구 파리 특파원 hyeku@coom.com >

-----------------------------------------------------------------------

-WTO 사무 총장으로 취임한지 3개월이 됐다.

사무총장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가.

"WTO의 업무는 도전해 볼 만한 일(Challenging job)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9월1일 부임한 이후 업무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막상 일을 시작하면서 좀 놀라기도 했다.

제네바에는 세계 1백30개국 대표부가 상주하고 있는데 이들과 의견 합의를
본다는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끔은 한 의제를 두고 세 번씩 만나 같은 내용을 반복해야 할 때도 있다.

WTO 사무총장으로서 임무를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인내심이 필요한
것 같다"

-30일 시애틀에서 개막되는 WTO 뉴라운드 협상을 앞두고 아직도 의제와
관련해 이견이 심하다.

이처럼 현안에 대한 견해차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각료회의 합의도출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번 시애틀 회의에는 지난 우루과이 라운드에서 정해졌던 협상의제인
농산물과 서비스 분야 이외에 직접투자, 다자간 무역체제 개발을 포함하자는
의견도 있다.

아직도 지역 및 국가별 이견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어떤 나라는 자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부문이 의제로 상정되길 원하고
그렇지 않은 국가는 협상에서 논의되는 것을 반대한다.

또 모든 회원국들이 시애틀 회의에서 자국의 이익과 직결되는 성과를 얻어
내려고 한다.

WTO는 이번 회담을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해 자체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고 WTO내에 이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교역이 세계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모두들 새로운 무역질서
창출을 위한 협상이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동의하고 있다.

다소 어려움은 있지만 다자간에 도움이 되는 균형적 성과를 얻어내야
한다는데 회원국 모두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세계무역과 노동을 연계시키자는 서방국가의 제안에 개도국들이 반발하고
있다.

총장은 과거 적극적인 노조활동도 한 경력이 있는데 서방 선진국의 주장을
옹호하는 것은 아닌가.

"10대시절부터 노조에 가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

온건한 노조 지도자였다.

무역과 노동 연계문제와 관련해 나의 의견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WTO 사무총장으로서 나의 임무는 회원국 대다수가 이 현안을 어떻게 보는가
를 정확히 파악해 의견조정을 하는 것이다.

노동문제에 대해선 자신이 있는 국가도 있는 반면에 이번 라운드에 의제로
상정되는 것조차 반대하는 나라도 있다.

그리고 노동문제와 관련해서는 WTO보다 능력있는 국제기구 ILO가 있다.

따라서 이 문제의 주무기관은 ILO이지 WTO가 아니다.

그렇다고 WTO가 이와 관련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ILO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다자간 협상이 강대국 중심의 논쟁으로 압축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개발도상국의 참여 기회를 확대시킬 계획은 갖고 있는가.

"뉴라운드 협상은 단순히 부국과 빈국간의 남북문제만은 아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구체적인 성과를 얻으려고
한다.

개도국은 선진국이 좀 더 많은 투자를 해주길 원하고 반대로 선진국에선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남북은 공통적 이해점(Common ground)을 찾아야 한다.

국제사회는 기술적 지원을 통해 후진국의 개발을 도와야 한다.

이점에 대해 WTO내 이견은 없다.

단지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접근하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리고 오늘날의 개발도상국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국제무역 협상에 잘
대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정부기구(NGO)들 사이에 WTO 차기 협상 반대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번 회의에 NGO 대표를 참여시킬 생각은 없는가.

"시애틀 각료회의때는 세계각국에서 온 농업, 환경, 인권관련 NGO 대표
10만여명이 가두시위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국가의 정부 대표단은 자국의 목소리에 힘을 싣기 위해 일부러 NGO를
데리고 오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번 WTO 협상은 정부간 협상이므로 NGO 대표는 각료회의에 참여할 수 없다.

하지만 회의기간중 비공식적 모임을 비롯해 많은 세미나와 토론집회가
장외에서 열릴 예정인데 NGO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중요한 이슈들도 다뤄질
것이다"

-중국의 WTO 가입이 시간을 끌고 있다.

언제쯤 중국이 가입할 것으로 보는가.

"중국은 이번 시애틀 회의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한다.

본인을 포한한 많은 사람들이 중국의 WTO 가입을 지지한다.

중국과 미국과의 협상이 끝났으니 남은 과제는 중국과 EU간의 협상이다.

중국의 WTO 가입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현재 WTO 가입을 희망하는 국가는 중국뿐 아니라 대만, 에스토니아,
알바니아 등 30여개국에 달한다.

WTO 출범이후 매년 평균 8개국이 가입 희망서를 제출하고 있다.

그러나 결정은 WTO 사무국이 하는게 아니라 회원국 정부가 하는 것이다.

뉴 라운드 의제 설정을 두고 회원국간 이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처럼
많은 나라들이 가입을 희망한다는 것은 경제발전을 위해 WTO 가입 필요성을
인정한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사무총장 선출과정에서 경합을 벌인 차기 사무총장 슈퍼차이 파닛차팍과의
관계는 어떤가.

임기가 두사람에게 분할된 것이 업무에 장애를 일으키지는 않겠는가.

"나의 임기는 오는 2002년 9월1일까지다.

이어 슈퍼차이 파닛차팍이 후반기 3년간 직무를 이어 받는다.

사무총장의 임기가 분할됐다고 해서 뉴라운드 협상에 방해가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우리는 각자 임기가 다르듯 맡은 바 책임도 다르다.

그동안 여러번 슈퍼차이와 통화를 했다.

그는 세계무역기구를 이끌수 있는 자질을 갖춘 사람임에 틀림없다.

난 가능한 한 그에게 WTO에서 생긴 일을 알려 주려고 한다.

내 임기가 끝난후 슈퍼차이가 순조로운 업무인수를 할 수 있도록 세계무역
질서를 진전시키고 싶다.

또 WTO 업무가 일관성있게 진척되도록 노력하겠다"

-총장은 개인적으로 한국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최근 한국경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WTO 뉴라운드 협상과 관련, 한국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먼저 경제위기에 대한 의견을 말하자면 한국의 위기극복은 괄목할 만하다.

50년전 뉴질랜드의 수입품중 90%는 영국산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를 가더라도 한국제품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은 전쟁의 페허 속에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으며 경제위기도
슬기롭게 넘겼다.

제네바에 온 이래 한국 대표부 장만순 대사를 만나 시애틀 각료회의에 관해
수차례 의견을 교환했다.

장 대사는 유능한 외교관일 뿐아니라 통상업무에도 밝은 사람이란 인상을
받았다.

WTO가 한국정부와 장만순 대사에게 기대하는 것은 뉴라운드 협상과 관련해
한국이 선진국과 개도국의 합의를 이끄는 중개인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한국의 이야기는 선진국과 개도국 양측 모두에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