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톱 PC와 홈 스테레오 VCR 등의 케이블들이 뒤엉켜 책상 밑은 정글이
되기 십상이다.

멀지않아 이런 케이블들이 필요없어질 전망이다.

무선으로 마우스나 키보드를 PC에 연결할 수 있다고 상상해보라.

또 데스크톱 PC 주변에 노트북 컴퓨터를 놓기만 하면 따로 선을 연결하지
않고도 자동적으로 데스크톱과 같은 IP 어드레스(네트워크에 물려 있는
컴퓨터 각각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주소)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해보라.

휴대전화를 노트북의 무선모뎀으로 쓰는 것은 어떨까.

이런 상상들을 현실화하려는 시도가 바로 "블루투스"(BlueTooth)다.

블루투스는 IBM과 인텔 노키아 등 정보통신업계의 거인들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연구개발 프로젝트 이름이다.

무선기술을 개량해 가정용 및 사무용 전자제품들과 무선기기들 사이의
데이터 송수신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려는 게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많은 섬들을 덴마크 왕국에 복속시켰던 중세
스칸디나비아 왕의 이름을 딴 것이다.

블루투스는 10m 가량 떨어진 장비끼리 무선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수준에까지 와 있다.

따로 떨어진 방에서도 가능하다.

몇 년안에 이 거리는 1백m까지로 늘어날 전망이다.

블루투스는 보통 모뎀보다 17배 가량 빠른 초당 1메가비트의 전송속도를
낼 수 있다.

블루투스는 전용 컴퓨터 칩과 소프트웨어로 구현된다.

지난해 가을 테스트 버전이 나왔으며 내년 봄께 정식버전(1.0버전)이 나올
예정이다.

블루투스 칩 개발은 인텔이 맡고 있다.

블루투스를 채용하는 데 별도의 기술료를 지불할 필요는 없다.

기술개발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모든 관련 기술에 대해 무상제공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도시바와 IBM은 블루투스 칩을 장착한 고급 노트북을 내년 가을께 생산할
예정이다.

에릭슨과 노키아 등 통신장비업체들도 내년중 같은 칩을 단 휴대전화를
내놓을 방침이다.

기술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회사 외에 1천2백여개 기업이 내년중 이 기술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아직은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

블루투스가 유행하려면 우선 대부분의 제품이 호환돼야 하기 때문이다.

개당 40달러나 하는 블루투스 칩 값도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마우스나 키보드 디지털 카메라나 휴대전화처럼 상대적으로 값이 싼 장치나
장비의 경우 부담이 만만치 않다.

< 김용준 기자 dialect@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