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라이제이션이 시애틀에서 도마에 올랐다.

다음 세기에 완벽한 지구촌경제시대를 구현하기 위해 뉴라운드 출범을
서두르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 정부들과 이에 제동을 거는 비판세력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주도해온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개막식에서 "자유무역과 투자를 촉진하는 길 외에는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다"는 내용의 연설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유럽 등 선진국과 한국 등 수출주도국들도 뉴라운드
출범 자체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놓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뉴라운드를
통한 글로벌경제의 촉진에 근본적으로 회의적인 세력도 만만치 않다.

뉴라운드를 출범시키기 위해 1백34개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대표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세계 곳곳에서 몰려든 비판적인 시민단체 대표들과 지지자들
의 수가 무려 1만5천여명을 헤아린다.

이런 단체들의 정치적인 입김이 커지면서 한국 일본 스위스 등의 일부
국회의원들도 NGO 활동에 가세했다.

30일 한국 일본 스위스 등 일부 농산물수입국 의원들은 시애틀 한국영사관
에 모여 "국제농업의원연맹"을 창설하기로 합의하고 한국의 김영진 국회
농수산위원장을 준비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허남훈 의원은 "미국은 뉴라운드 개막식을 일단 치러 놓고
개별 국가별로 농산물시장 개방을 위한 각개 격파를 시도할 것"이라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농산물 수입국 의회와 NGO들이 연대를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애틀 타운홀에선 "새로운 WTO 협상(뉴라운드)은 민주주주의에 대한
위협인가"라는 세미나가 열려 글로벌경제체제에 대한 찬반론이 팽팽하게
맞섰지만 확실한 대안은 나오지 않았다.

1일 뉴라운드 출범식이 열리는 워커힐 호텔 주변에는 "WTO, 뉴라운드,
글로벌체제"에 대한 각양각색의 견해를 담은 전단들이 수없이 뿌려지고
NGO들의 시가행진이 줄을 잇고 있다.

한국 일본 프랑스 스위스에서 온 농민단체대표들과 미국의 노동단체, 유럽의
유전자조작 반대 운동가들이 WTO 체제에 대한 불만 쏟아놓고 있다.

이들 시민단체들은 각국 정부대표단들이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첫 회의를
갖는 동안 시애틀 메모리얼 스타디엄에서 옥외집회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 소비자운동 대부 랠프 네이더가 연설을 하고 한국의 농민단체들
을 응원하는 사물놀이패도 우리 농민의 목소리를 풍물로 대변한다.

NGO들의 목소리는 다양하지만 큰 줄기는 뉴라운드가 세계적인 대기업의
이익을 주로 뒷받침하는 몇몇 선진국들의 의도대로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WTO 감시단이라는 단체의 월래치 대표는 "WTO는 자유무역체제를 만들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기업들의 이윤극대화에만 초점을 맞춘 "관리된 기업무역
시스템"을 추구한다"고 비판했다.

그 과정에서 농업과 같은 비기업적인 분야들이 재물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WTO 참여를 통한 개혁을 주장하는 현실파도 있다.

미국 최대 산별노조인 AFL-CIO는 "근로자들의 권리를 무시하고 노예노동을
통해 값싼 상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나라에 대해선 무역제재를 취하도록
뉴라운드 개막 선언문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문제는 미국의 경우 클린턴 행정부의 뉴라운드 지침으로 채택됐지만
동남아 중남미뿐만 아니라 중국에선 개발도상국의 수출을 저지하려는 보호
장막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경제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개도국과 선진국 NGO들은 같은
주제에 대해 얘기하면서도 구체적인 대안은 정반대인 경우도 허다하다.

한국 정부 협상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UR에 비해 비판적인 목소리는 높지만
반대자들도 종합적인 대안제시에는 실패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주장은
뉴라운드 협상이 미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의 일방통행식으로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데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동우 기자 leed@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