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헌 < 삼성증권 연구위원 >

반도체 및 전기전자부품 산업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 한국경제를 좌우할 수
있는 영향력이 있다.

일부에선 한국경제가 반도체 및 전자부품 산업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올들어 한국경제가 급격하게 성장한 배경에는 반도체와 전자산업의
호황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특히 한국이 세계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D램메모리가 세계시장을
석권함에 따라 반도체용 가스캐비닛 반도체용 가스공급장치 반도체제조장비
등 관련산업 전반이 활기를 띠고 있다.

메모리분야를 주축으로 한 한국의 반도체산업은 지난 97년 이래 2년간의
침체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전망의 근거로는 우선 가격이 저렴한 PC가 대중화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인터넷 및 컴퓨터 이용자수가 급증하면서 PC업계에는 저가PC 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도 전 국민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국민PC를 공급한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PC 등 저가형 PC의 보급이 확대되면 그만큼 관련 산업의 성장성이
커지게 된다.

D램등 메모리분야는 물론이고 반도체제조장비에 대한 수요도 잇따르게 된다.

컴퓨터에 탑재되는 각종 소프트웨어와 컴퓨터 간( inter )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망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게 된다.

저가PC의 보급은 세계적인 추세다.

외국의 대형PC업체들도 저가PC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컴팩사와 휴렛팩커드사 등 대형업체들이 최근 저가PC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IBM이나 일본의 NEC 등도 저가PC시장에 대한 진출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업체들이 저가PC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PC가 대중화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런 의미에서 1999년은 저가 PC의 시대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 이후에는 개인뿐 아니라 기업들의 저가 PC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용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반도체 및 전자.전기부품 관련
장비의 수요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례로 일본 소니사가 개발한 팔리스테이션이란 게임이 앞으로 4년간
5천만개 정도 팔리면 이 게임을 운용하는데 필요한 1백28메가D램은 1억개
이상 팔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통신을 이용한 게임이 증가하면서 라우터 스위치 ATM 등 네트워크 관련
장비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게 된다.

게임 이용자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게임산업이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이제 무시할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마지막으로 반도체시장에서 공급부족에 대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D램시장의 경우 올 하반기까지는 수급균형을 이룰 것으로 보이나 컴퓨터 및
인터넷 이용자수가 급증하고 있어 2000년 이후부터는 공급부족이 예상된다.

반도체 업체들이 생산설비를 늘린다해도 공급부족 문제가 빠른 시간 내에
해결되지는 않는다.

결국 반도체 가격의 상승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D램 장기공급가격이 지난 6~7월에 개당 5달러에서 최근에 11~12달러 이상
으로 상승한 것은 이같은 예상을 반영한 것이다.

지금까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신규 설비투자를 자제했던 한국의
반도체 업체들이 이제는 설비투자를 늘리고 있다.

반도체 관련 산업 전반이 앞으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기술력을 갖춘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성장률은
분명히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반도체 관련 기업간에도 주가수준이 차별화될 것으로 보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