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화가 급격히 오르면서 달러.엔환율과 유로.엔환율이 동시에 1백엔
아래로 내려가는 슈퍼 엔고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그러나 "달러당 1백엔"을 놓고 시장과 일본정부의 힘겨루기가 이뤄지고
있어 아직은 앞날을 예측키 어려운 상황이다.

30일 일본은행은 이틀연속 시장개입에 나서 달러당 1백1엔대에 진입했던
엔화를 다시 1백2엔대로 돌려 놓았다.

일본은행은 전날에도 10억~20억달러 규모의 시장개입을 단행, 달러를 사고
엔화를 팔았다.

그러나 여전히 엔고가 좀더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과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팽팽하다.

엔고가 지속돼 달러당 1백엔이 깨질 것이라고 보는 이들은 각국의 경제여건
을 배경으로 꼽고 있다.

지난 2.4분기에 0.1% 성장했던 일본경제가 3.4분기에는 0.6~0.9%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성장강도가 차츰 높아지자 국제자금이 일본 주식과 채권 등 엔화표시 금융
상품으로 몰리면서 엔화가치가 오르고 있다.

반면 유로화는 연말에 가치가 오를 것이라던 기대감이 깨져 급락세를 타고
있다.

지난 여름 유로화표시 금융상품을 사들였던 일본 금융기관들이 특히 대거
처분에 나서면서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

유로에서 엔화로 투자처를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유로존의 경기회복세가 구조적인 현상이 아니라 경기순환차원
에서 반등하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늘고 있는 점도 유로화표시 금융
자산 처분을 자극하고 있다.

달러화 약세는 좀더 복합적이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5.5%에 이를 정도로 탄탄하다.

그러나 경기과열로 인플레 압력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게 달러표시 자산에
대한 투자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한편 달러당 1백엔이 붕괴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들은 엔고저지를 위한 미국
일본 유럽통화당국의 공조여부 가능성을 들고 있다.

미야자와 기이치 대장상은 30일 "선진 7개국(G7)에 공조요청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뒤젠베르크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로화가 더 떨어지도록 방치
하지 않겠다고 말해 시장개입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유로화 하락에 힘입어 유럽경제 회복세가 빨라졌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유로화가치가 지나치게 떨어지는 것은 달갑지 않다는 것이다.

유로화 가치하락은 인플레 압력을 높이는데다 유로화의 위상을 추락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역시 달러가 지나치게 떨어질 경우 수입물가가 높아져 가뜩이나 경기
과열로 불거지고 있는 인플레 우려를 자극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 때문에 미국 일본 유럽 통화당국이 공조개입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공동 시장개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일본의 독자적인 엔고저지는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달러당 1백엔이 허물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게다가 사카이야 다이치 일본 경제기획청장관이 30일 엔화가치의 상승세와
관련, 장기적으로 시장을 존중해야 된다고 밝힌 점도 주목된다.

일본정부 내부적으로 환율정책에 대한 변화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 박영태 기자 py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일자 ).